반토막 난 소비량 감소가 쌀값 폭락 불렀나

2022년 10월 30일(일) 19:25

사상 최악의 쌀값 폭락사태는 ‘풍년의 역설’이라고 일컫는 생산 과잉에 따른 원인이기도 하지만 소비 감소 또한 크게 작용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 자료가 발표됐다. 광주전남연구원이 발간한 ‘한눈에 보는 광주전남’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가구 1인 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9kg으로 나타났다. 밥 한 공기를 100g으로 적용할 때 1일 156g이다. 하루 한 공기 반만 먹는 셈이다. 쌀 소비량은 1970년 136.4㎏으로 가장 높았고 1998년 100㎏ 선이 무너졌다.

전국 조곡 생산량은 2015년에 577만t으로 최대였으며 이후 연평균 4.0% 줄어들기 시작해 2020년에는 471만t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21년에는 521만t으로 증가해 2018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에 최근 3년(2019-2021년) 간 10월 평균 산지 쌀값은 매년 전년 동기보다 상승한 반면, 올해는 18만8천172원으로 2021년(22만1천410원) 보다 15.0%나 하락했다. 급기야 정부는 신곡 공공비축량 45만t에 추가로 구곡(2021년산) 10만t과 신곡 35만t에 대한 시장격리를 연내 완료할 방침이다.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초과 생산에 대한 수매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농도’라 불리울 정도로 전남은 전국 최대 규모의 쌀 주산지다. 농가 비중이 다른 지역이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수확기 산지 쌀값 하락은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지역 농민들이 숨통을 트일 것으로는 보이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광주전남연구원은 정부 차원의 쌀 가공 생태계 구축, 농가 고소득 작목 전환 등 장기 로드맵 수립을 제안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세계 각국이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면서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농정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주길 바란다. 젊은 세대 입맛의 변화, 탄수화물 섭취 제한 등으로 소비 진작 정책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쌀 중심 식습관 형성을 위한 교육 및 홍보, 간편식 등 최신 경향을 반영한 가공식품 발굴에 속도를 내야 한다. 소비 감소와 가격 하락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추세에서 보듯 안보와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다. 절대로 쌀농업의 기반이 흔들려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