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칼럼] ‘인체의 관문’ 관절 |
| 2022년 11월 01일(화) 1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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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사람마저도 숨 쉬는 와중에 우리의 흉곽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움직인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쉬지 않고 돌아가는 우리의 몸은 많은 부하를 안고 산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움직인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관절이라는 것은 우리 몸이 뻣뻣하고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로봇과 다르게 부드러운 동작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인체구조물이다.
관절은 뼈와 뼈가 맞닿아 연결된 부위로 뼈의 시작과 끝을 이루는 부위이다.
팔, 다리뿐만 아니라 숨 쉬는데 작용하는 흉곽, 우리 몸을 지탱하게 해주는 척추 마디마디까지 대부분의 동작을 이루는 곳이다. 관절은 몸의 활동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부위이다. 근육, 힘줄, 인대, 활막, 관절 주머니, 연골 등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관절을 중심으로 다양한 구조물들이 상호 간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이들 상호 간의 작용은 관절에서 다양한 기능과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 또한, 관절은 동작만을 이루는 곳은 아니다. 관절(關節)이라는 한자는 잠글 관, 마디 절이다. 잠그는 마디, 중요한 대문과 같은 곳이란 의미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관절은 관문이다. 질병의 형태나 세기를 가늠하고 이에 대처하는 몸의 방어기능의 각종 정보를 상호 교환할 수 있는 명소이다. 신체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전해주는 연락처 같은 곳이다. 그래서 관절만 정확히 살피고 추론해도 질병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가 있다.
흔히들 관절이 아프면 먼저 염증을 생각하게 된다. 대개의 원인으로 관절의 과도한 사용이나 주위 조직의 염증 또는 외부의 타박상 등이 원인으로 작용해 관절염 등으로 진단하게 된다.
이때의 염증은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실제로 농이 차는 좁은 의미의 염증도 있지만, 대부분의 염증성 관절은 원활한 관절액의 순환이 저체돼 나타나는 체액 순환 저하의 염증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치 고인 물은 굳거나 썩는 것처럼 우리 몸의 관문인 관절에서도 관문의 열고 닫음이 저하돼 관절의 통증으로 나타나게 된다. 날씨가 따뜻한 여름보다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요즘 더 관절 통증이 나타나는 것도 인체가 날씨의 변화를 인지해 관문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것이 원인이라 더더욱 통증이 쉽게 나타난다.
또한, 염증이 없이도 관절이 아픈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비가 오려면 관절이 아프다. 또는 설사나 감기 등에도 관절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몸의 상태가 안 좋으면 관절부터 힘이 빠지거나 약해지며 각종 염증성 소견과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방사선 사진상의 소견으로는 정상이나 우리 몸은 관절마다 마디의 통증과 시림, 힘빠짐 등을 나타낸다. 순환의 관문이 몸의 상태나 외부환경에 따라서 “주의해라” 혹은 “치료가 필요하다” 혹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관절 건강의 핵심은 순환이다. 혈액이든, 관절액이든, 그 외의 체액이든 각 관문들이 부드럽게 흘려보내주는 것이 잘되면 관절이 강해진다. 순환이 안 되면 관절이 약해진다. 같은 외상도 관절의 순환 상태에 따라서 경중이 다른 부상이 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원인에 따라 염증성 소견에는 염증을 제거해주는 한약이나 약침을 처방하고, 순환이 안 되는 약한 관절에는 침과 뜸으로 순환력을 높여준다. 또한, 원인질환이 되는 소화기질환이나 감기, 습(濕)성 질환을 같이 치료해 관절의 튼튼함을 유지한다. 국소 관절 하나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인체 전반의 관문을 조절해준다.
관절이 보이면 건강이 보인다. 우리 몸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어 불편함이 없다는 것은 우리의 관절이 너무나 활동을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소의 관절이라도 불편함이 나타나면 순환을 염두에 두고 바로 치료하고, 불편함이 없으면 끊임없이 움직이는 관절에 과한 부하가 생기지 않게 항상 주의하며 모든 관문(關門)을 튼튼하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태희 미소필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