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연장…찬반 논란 여전 당초 올 연말서 2년 추가…지역 중기 “다행이다” 환영 노동계 “저임금·장시간 노동 관행 회귀하는 것” 반발 양시원 기자

2022년 11월 01일(화) 19:41

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

올해 말 예정됐던 30인 미만 기업 대상 ‘8시간 추가연장 근로제 일몰’이 2년 더 연장될 전망이다.

이에 극심한 경영난으로 인력 채용 등 대책 마련이 전무했던 중소기업계는 “다행”이라며 반기고 나선 반면, 노동계에서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가 연장됨에 따라 노동정책이 후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1일 지역 중소기업들에 따르면 지난해 7월1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됐으나 상시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의 영세성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됐다.

특별연장근로는 근로기준법 제53조에 따라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통해 1주 8시간 범위 내 최대 60시간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오는 12월31일자로 특별연장근로 인정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연내 ‘추가연장 근로제 일몰제’를 2년 연장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힘에 따라 법제는 오는 2024년 연말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원자잿값 상승은 물론, 고금리와 고물가 이에 따른 소비 위축까지 다양한 악재가 쌓인 가운데 추가연장근로제마저 종료될 경우 인력을 추가 고용해야 하나 현재 경영상황으로는 역부족이어서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다행”이라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지역 기업들 중 상당수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시 경영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광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광주첨단·빛그린산단, 월전 외국인투자지역(월전 외투), 장성 동화·삼계 농공단지 내 입주기업 가운데 가동업체 수는 각각 1천275곳·34곳, 5곳, 37곳이었으며 이 중 30인 미만 소기업 수는 569곳·25곳, 2곳, 33곳이었다.

가동업체 기준 소기업 비중은 광주첨단산단 44%, 빛그린산단 73%, 월전 외투 40%, 장성 동화·삼계 농공단지 89%에 달해 예정대로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제가 시행됐을 경우 공장 가동 중단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공정기술을 활용하는 공정산업에 종사하는 전남지역 뿌리산업 기업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젊은 층의 생산현장 기피 현상과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 공백이 생기며 만성적인 인력난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채용 인력 미충원율은 전년 동기 대비 3.8%포인트(p) 증가한 13.4%로 집계됐다. 이 중 뿌리산업인 금속·재료 설치·정비·생산직(37.9%), 기계 설치·정비·생산직(31.8%) 등의 인력 미충원율은 2-3배에 육박했다.

전남도 내 뿌리기업 120개사가 속한 전남뿌리기업협동조합의 관계자는 “조합사 가운데 70-80% 정도가 5-29인 사업체에 속하는 소기업으로 채용이 힘든 정도가 아니라 사람이 아예 없다”며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3개월 전부터 채용 공고를 했어도 한 명도 접수를 안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추가연장근로제가 일몰되고 인력도 못 구하면 결국 소규모 업체에게 재하청을 주는 ‘중소기업 피라미드화’가 가속될 수 밖에 없다”며 “단순 연장 뿐 아니라 일몰 폐지와 제도 항구화까지도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추가연장근로제 연장이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 및 관행으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 ‘한시적 추가연장근로 연장,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 확대를 즉각 철회하고 노동자 생명안전권을 보장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와 30인 미만 사업장 대상 추가연장근로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1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시키고 사실상 1주 60시간 초과근무를 합법화하는 것으로써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 및 관행’으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부분의 산재사고가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연장근로를 연장한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생명·안전 보장, 건강권 문제를 내팽겨치고 사용자에게 최장 주 52시간제 따위는 무시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재차 강하게 비판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