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개인전 ‘뫼비우스적 노마드’, 15일까지 서울 베카갤러리 “인간·자연의 화합”…순환적 자연생태계 모색 전통·혁신의 조화 역동적 야생동물로 인간 존재 탐구 최명진 기자

2022년 11월 02일(수) 19:28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2019-1’

운림산방의 화맥을 이으며 독창적인 현대 한국화를 창조하고 있는 허진 작가가 2년 만에 개인전을 서울에서 펼치고 있다. 허 작가의 32번째 개인전 ‘뫼비우스적 노마드’가 오는 15일까지 서울 베카갤러리에서 열린다.

허 작가는 호남 남종화 시조인 소치 허련의 고조손이자 남농 허건의 장손으로 진도에 자리잡은 소치선생의 운림산방 화맥을 5대째 잇고 있다.

그는 ‘묵시’, ‘다중인간’, ‘현대인 이야기’, ‘익명인간’, ‘유목동물’ 시리즈 등을 발표하며 ‘인간에 대한 탐구’를 형상화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이번 전시는 인간과 자연의 화합을 통해 순환적 자연생태계를 지키고자 하는 친환경론을 주제로 삼은 작품 17점을 선보인다.

유목의 뜻을 지닌 ‘노마드’는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떠도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림을 통해 표현해낸 것이다.

‘유목동물+인간문명’ 시리즈는 역동적인 야생동물 묘사를 통해 현대의 자본 문명을 비판하고 있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인간은 단지 배경의 역할을 한다. 동물은 크게 포착돼 질감까지 표현된 반면, 인간은 하나의 유닛으로 단색 처리했으며 화면 곳곳에 떠다니도록 배치했다. 사람과 동물이 겹치는 부분은 노란색으로, 배경으로 돌출된 부분은 검정으로 채색해 대비를 이루게 했다. 동물과 중첩된 노란 신체는 마치 구멍이 뚫린 여백과 같이 보인다.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시리즈는 유전공학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이 자연생태계에 가져오는 교란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서로 다른 동물이 합체돼 탄생한 기이한 이종융합동물을 묘사해 생물학적 오염과 생태적 재앙을 부각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생태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송희경 이화여대 초빙교수는 “허진의 회화에서는 20세기 한국미술의 창작 변화가 오롯이 목격된다. 강한 역동성을 분출해 신선한 에너지를 선사하고 있다”며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통해 예술생태계의 복원과 침체된 한국화의 진흥을 위해 노력하는 작가의 예술정신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허진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90년대부터 서울·멜버른·교토·홍콩·모스크바 등에서 개인전을 30회 개최했다. 제1회 한국일보 청년작가 초대전 우수상, 2001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 관광부), 광주시 문화 예술상-19회 허백련미술상 본상, 제 37회 한국예술평론가 협의회 ‘심사위원 선정 특별예술가상’ 등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젊은 모색 90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국립현대미술관), 1990-92 현대한국회화전(호암갤러리) 등 기획, 초대전에 약 500회 참가했다. 현재 전남대 한국화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