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이태원 참사

2022년 11월 02일(수) 19:39

광주·전남에서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에 대한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유가족들은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 또 다시 오열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길바닥에 쓰러지고 있어요’,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핼러윈 축제 중인데 상태가 심각해요. 안쪽에 막 애들 막 압사당하고 있어요’. 경찰이 공개한 시민들의 급박한 112 신고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부터 사고 발생 4분 전인 오후 10시 11분까지 11차례나 된다. 그러나 경찰은 안이한 판단으로 현장 인파를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 경찰은 미흡했다고 인정하고 고강도 감찰과 신속한 수사를 약속했다.

주무부처 장관의 실언까지 더해져 정부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지자체의 ‘면피’에만 급급한 태도 역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참사’(disaster) 대신 ‘사고’(incident)란 표현을 사용하고, 답변 도중 농담을 하고 웃음까지 지어 비판을 샀다. 또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을 두둔하는 듯한 말도 했다. 앞서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주장해 구설에 올랐다.

뒤늦게 이 장관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고, 박 구청장도 “매우 송구하다”고 했다. ‘시가 주최한 행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던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도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노는 여전하다.

이태원 참사는 일어나선 안될 인재였다. 최소한의 안전 대책만 세웠더라면 얼마든 막을 수 있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유가족은 장례를 마쳤어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다. 아직도 믿기기 않는다. 왜 영문도 모른 채 죽어야 했는지 원통함이 사무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국가는 응당 책임져야 한다. 솔직하게 무능을 인정하고 처절히 반성해야 한다. 이제는 명확한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야 하겠다.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진상을 캐야 한다. 엄중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