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숙자의 '작은 학교이야기']교사 정원 감축 반대한다 |
| 2022년 11월 03일(목) 2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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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한자 뜻풀이로만 보면 높을 高에 흥할 興 땅 위 높은 곳에서 부흥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고장이다. 섬과 섬이 이어져 바닷길이 육지가 되고 하늘은 우주선이 발사되는 곳이다. 가는 동안 마주하는 도로명이 매우 이색적이다. ‘우주로 가는 길’이다. 거창하다. 어디 도로명 뿐이랴, 휴게소도 ‘우주 휴게소’이고 심지어 장례식장도 ‘우주 장례식장’이다. 뭐든 ‘우주’로 통했다. 우리 선조들은 도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오늘을 예측하면서 지명을 지었다는 말인가. 높은 곳에서 부흥한다는 그래서 우주발사대가 있는 고흥으로 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젖어들었다.
발령받은 학교는 점암면 소재의 중학교다. 학생이 23명, 교직원 14명인 그야말로 전형적인 작은 학교다. 여전히 들뜬 가슴으로 교문을 들어선다. 요즘 보기 힘든 흙 운동장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너머 2층짜리 교사동이 아담하게 서 있다.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 아이들이 뛰어논다. 학교에 도착하기 무섭게 23명의 아이들은 벤치에 책가방을 던져두고 운동장의 흙을 밟으며 걷거나 공놀이를 하고 있었던 게다. 내리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수업 시작 예비종이 울리자 상기된 얼굴로 교실로 우르르 들어간다. 목소리도 아침 운동을 해서인지 ‘솔’톤으로 “안녕하세요” 하며 배꼽인사를 한다. 아이 한명 한명이 “저 예뻐요” 라며 뽐내는 듯하다. 각자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아서일까? 아이들은 그 어떤 구김살도 없이 건강하고 예쁜 모습이었다. 풋풋하게 잘 자라고 있는 작은 나무들이었다.
어느 지역이랄 것도 없이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고만 학교폭력, 왕따 문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무엇이든간에 비대해 지면 문제가 양산될 수 밖에 없다. 학교 또한 마찬가지다. 교사가 아이들을 자세히 살피며 돌볼 수 있는 숫자가 제한적이다. 그 때문에 교원단체는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줄여달라는 청원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끄덕없다.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이기는 커녕 3학급에서 8학급의 학교는 교사 정원을 1명씩 더 감축하라는 정책을 시달했다. 현재 3학급 기준 교사 정원은 8명이다. 교사가 없는 교과가 2개 교과라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관련 당국은 3학급에서 8학급의 학교 교사를 3명까지 줄이겠다는 방침을 정한 듯 싶다. 이렇게 되면 학교에서는 학교는 겸임순회 교과가 늘어나고 그 만큼 아이들을 지도할 교사는 학교에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교원 정원 감축 문제에 대해 지난 10월 개최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교육부와 시도교육감에 문제를 제기했다. 교육부는 교사 정원은 국가 예산의 문제라 어쩔 수 없다고 하며 예산 담당 부서인 기획재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 눈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꽃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아이들은 어떠할까.
교육부는 미래교육의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이라고. 중학교 교육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 그것을 ‘꿈’으로 연결하는 단계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특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아이들을 예쁜 꽃을 보듯이 사랑스럽게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아이의 적성을 가까이, 자세히 살펴보아야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지원해주어야 할지 답이 나올 거다. 그렇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시급한 지금 오히려 교사수를 줄이는 것은 미래교육의 방향에 역행하는 일이다.
인구 초급감시대 아이들 한명 한명이 소중하다.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아이들의 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교사 정원 감축은 절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