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학호남진흥원 ‘전북 이전설’ 파문 문헌 기탁자들 반환 요구 속출…기증 약속도 철회 박선강 기자 |
| 2022년 11월 06일(일) 1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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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광주시·전북도 등에 따르면 현재 광주시공무원교육원에 둥지를 튼 한국학호남진흥원을 전북도가 설립 추진하는 ‘전라유학진흥원’과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합할 경우 새청사는 전북 부안에 입지한다는 설이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최근 열린 전북도의회 도정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최근 광주·전남 유학자들이 호남권 유학 통합 필요성을 제기하고 광역 지자체장들도 이에 공감하면서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상생하자는 차원에서 양 기관의 통합 운영을 신중히 검토한 바 있다”며 “전북, 전남, 광주 등 3개 지자체가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통합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통합 이전설이 나오자 한국학호남진흥원에 문헌을 내놓은 기탁자들이 이전 반대와 함께 기탁한 자료들의 반환을 요청하고 있다.
기탁자들은 그동안 귀중한 자료를 가까운 곳에 두고 싶은 생각에 진흥원을 믿고 기탁했는데 왜 갑자기 전북으로 이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이었던 김희태씨는 4년 전 기탁했던 270점의 고문헌자료와 근현대자료 1만여점에 대해 최근 반환을 요청했다. 이어 3천여점의 서화자료 기증 약속도 철회했다.
또한 진흥원 출범 후 최초 기탁자인 기호철씨는 “중앙민속박물관으로 기증하지 않고 가까이에 있는 한국학호남진흥원을 믿고 맡겼는데 전북으로 기관이 이전되면 어찌하냐”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기탁자들의 동요가 일자 한국학호남진흥원에서는 서둘러 다수의 문헌 기탁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의견을 청취했다.
참석자들은 “전북으로 진흥원이 이전될 경우 통합이라는 정치적인 명분은 있을지 모르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장 문헌 중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것들이 많은데 전북으로 이전할 경우 문화재 지정을 해제하고 재지정을 해야 하는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탁자들이 광주에 있는 다른 기관으로 기증자료를 이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전북이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올해 8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실무진이 만난 것이 전부일 뿐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한국학호남진흥원은 호남지역 문화자원 보존 등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광주와 전남, 전북이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맞다”면서도 “현재까지 구체적 논의가 되거나 부지가 특정되지도 않았다. 전북의 주장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추가 만남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의견 교환이 필요해 보인다”며 “현재 전북의 경우 부안에 전라유학진흥원을 설립할 예정이어서 광주와 전남이 같이 했으면 하는 바람인 것 같고, 전남의 경우는 부지를 특정해 추진하는 것은 방향이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광주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학호남진흥원은 광주·전남이 공동 설립한 고문헌자료를 수집, 보관하고 출간을 하는 기관으로 올해 개원 5주년을 맞았다. 현재 소장한 문헌자료는 7만점에 이른다.
호남권 3개 시·도는 조선시대 호남유학문화를 계승할 기관을 공동 설립하자는데 뜻을 모았지만, 그 설립지를 놓고 대립하다 광주시·전남도는 2018년 광주에 한국학호남진흥원을 설립했고, 전북도는 오는 2024년 12월 개원을 목표로 부안에 전라유학진흥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박선강 기자
박선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