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자 의무사항 준수 위해 경찰·지자체 홍보 절실 [‘하준이법’ 시행 2년 현주소](하)손놓은 단속과 해법 안재영 기자 |
| 2022년 11월 06일(일) 1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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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이법이 시행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운전자 의무사항 위반을 단속해야 할 경찰은 전문가의 견해와 다른 기준을 내세우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자 의무사항을 지도·점검해야 할 지자체도 대부분 관내 민영주차장 중 경사진 곳의 현황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제도 정착과 사고 예방에 힘써야 할 기관이 미온적 태도로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운전자 스스로 의무사항을 지키고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경찰과 지자체가 적극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6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사진 곳에 주·정차 시 기어를 P에 두거나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기만 해도 도로교통법 제34조의 3항 위반이 아니라 단속되지 않는다.
해당 기준에 따라 하준이법이 본격 시행된 2020년 6월25일부터 그해 12월31일까지 단속된 건수는 단 1건이다.
지난 한 해를 통틀어 적발된 건수는 총 3건으로 이마저도 공익신고(국민신문고 및 스마트 국민제보)가 2건, 자체 단속 1건이다.
올해도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자체 단속 건수는 1건 뿐이라 지난 2년여 동안 연평균 자체 단속 건수는 2건이 채 안 되는 셈이다.
지자체도 관리자 지도·점검에 손을 놓은 건 매한가지였다.
광주시 5개 자치구에 따르면 관내 민영주차장 가운데 경사진 주차면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곳은 광산구와 남구뿐이었다.
나머지 자치구들은 하준이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실태조사’를 시행한 적이 없어 공영주차장 가운데 경사진 주차면만 파악·관리하고 있을 뿐, 민영주차장에 대한 일체의 지도·점검을 펼치지 않았다.
안전관리실태조사란 주차장법 제3조에 따라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주차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정기적으로 조사구역 내 설치된 ‘주차장의 경사도’ 등 ‘이용자의 안전에 위해가 되는 요소’를 점검하고 그에 따른 안전 관리 실태를 파악하는 조사로, 통상 3년에 한 번 시행된다.
이 탓에 대부분 자치구는 하준이법 시행 이전 안전관리실태조사를 마쳐 그간 민영주차장에 대한 경사도 실태파악과 단속·지도를 펼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정된 법의 정착에 힘써야 할 지자체가 여태껏 별도의 현황 파악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달 24일 강진 도암면의 한 편도 1차선 도로에서 1t 트럭 운전자 A(70대)씨가 트럭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언덕에 세워졌던 트럭이 중립 기어 상태서 사이드 브레이크도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결국 미끄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경사로 사망사고’는 잊을 만하면 다시 발생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운전자 스스로 의무사항을 지키고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경찰과 지자체가 적극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준이법은 인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조치를 강화한 법인만큼 운전자와 관리자의 법규 준수 인식이 동반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계도나 홍보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수석연구원은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면 미끄럼이 예방되는 효과가 있지만 차종에 따라 효과가 다르고 오래된 차의 경우에는 풀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중 안전 대책으로 고임목 설치와 가장자리로 핸들 돌리기 등이 필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수석연구원은 “경사로 사고가 많이 일어나진 않지만, 한번 발생했을 때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등 피해가 큰 편”이라며 “안전조치 강화를 통해 인명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운전자들에게 심어지고, 자연스럽게 조치가 이행될 수 있도록 계도와 홍보 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