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당치 않은 한국학호남진흥원 전북 이전 논의

2022년 11월 07일(월) 19:39

김관영 전북지사가 최근 도의회 도정질문 답변에서 “광주·전남 유학자들이 호남권 유학 통합 필요성을 제기하고 광역 지자체장들도 공감하면서 상생하자는 차원에서 통합 운영을 신중히 검토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전북도가 건립을 추진하는 전라유학진흥원과 광주시공무원교육원에 둥지를 튼 한국학호남진흥원을 언급한 것으로 부안에 입지한다는 설까지 흘러나온다. 당장에 기탁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중앙에 소재한 곳이 아닌 가까이에 있어서 믿고 맡겼다며 반환까지 이어지는 상황에 놓였다. 기증 약속도 철회하는 등 파장이 만만찮다.

고문헌 자료를 수집, 보관하고 출간하는 역할인 한국학호남진흥원은 광주시와 전남도가 전라도 정명 천년을 맞은 2018년 함께 설립했다. 소장 자료는 7만점에 이르며 2대 원장이 취임하며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다. 앞서 호남권 3개 시·도는 조선시대 유학문화를 계승할 기관을 공동으로 만드는데 뜻을 모았으나 부지를 놓고 입장이 엇갈렸고 전북이 참여하지 않아 무산됐다. 뒤늦게 2024년 12월 개원을 목표로 부안에 전라유학진흥원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통합 문제가 불거졌다.

광주시는 “올해 8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실무진이 만난 것이 전부다”고 확인했다. 현재까지 구체적 논의가 되거나 부지가 특정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의견 교환이 필요해 보인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조건 없이 귀중한 자료를 선뜻 기증한 기탁자 의사를 최우선해 존중해야 한다. 알려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보다 명확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이전에 대한 반대를 무시할 수는 없다. 소장 문헌 중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것들이 많은데 해제하고 또 재지정을 해야 하는 절차 상의 어려움도 뒤따른다. “통합이라는 정치적 명분은 있을지 모르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을 곱씹어야 한다. 진흥원이 훼손 및 멸실 위기에 처해 있는 자료의 체계적인 조사·수집·보존·연구라는 설립 목적 달성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 때다. 전북으로 통합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지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