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그리고 인간 / 오창식

2022년 11월 07일(월) 19:39

오창식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남직업능력개발원장

기원전 수 천 년 전 에우리피데스(Euripides)의 비극 ‘바쿠스 巫女(무녀)들(Bacchae)’에서 부인이나 처녀들이 무리를 이뤄 동산에 올라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쳐다보면서 존재의 의식을 깨닫기 시작한 이후, 수 천 년이 지난 오늘날 최정점의 과학기술로 인간은 우주의 생명체 기원에 대해 탐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45년 전 머나먼 우주로 향한 무인우주탐사선 보이저호(Voyager)는 220억km 이상의 긴 여행을 하면서 잠시 망원경을 뒤로 돌려 지구를 촬영했다. 보이저호가 보낸 지구의 모습을 ‘칼세이컨’은 마치 뾰족한 연필 끝으로 살짝 점 하나 찍은 정도의 ‘창백한 푸른 점의 지구’라고 했다.

2022년에는 허블망원경을 대체한 21세기의 인류가 축척해 온 최고의 과학 기술의 결정체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성공적으로 발사돼 150억 광년 전 빅뱅의 우주탄생 영역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1광년은 현재까지는 인간이 이룩한 과학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시공간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셀 수 조차 없는 수 십 조개의 별들을 생생하게 전송하고 있다. 아이슈타인의 “이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부차적이고, 과연 신이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말을 새삼 되새겨 볼 정도다.

이렇듯 인류가 우주를 향해 축적된 모든 과학기술을 동원해 끝임 없이 도전하고 탐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에 대한 탐구의 호기심과 끝없는 과학의 진보도 있겠지만, 인류의 생명에 대한 기원 즉 뿌리를 찾고자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 작은 점 하나의 창백한 푸른 행성 지구에는 약 80억명의 인류가 살고 있다. 또 다양성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수많은 동식물들이 저마다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보여주는 수천, 수십 억 광년의 영겁의 무한한 우주 속에서 창백한 푸른 점 이 지구 안에서는 전쟁과 평화로 진자운동을 하면서 동전의 양면같은 갈등과 모순으로 인류가 살아가고 있다. 지구 안에서 ‘보편적 인류애’는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처럼 보인다. 슈바이처 박사가 언급한 것처럼 인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전송한 머나 먼 우주에서 어느 날 갑자기 생명체가 지구를 방문할 때는 진정한 평화가 올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지금까지 이성을 가진 유일한 생명체로, 천부적으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유일한 존재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진지하게 자각하고 깨달아야 한다.

혹자는 자칫 광활한 우주를 생각하면 허무주의에 논리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고도 한다. 분명한 것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이 보여주는 우주는 ‘모든 인간은 유일한 존재로, 소중하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여전히, 이 우주에서 이성을 가진 유일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만추의 계절이다. 하늘은 더 높이 드높아지고 있다. 국화가 만개하면서 전국 곳곳이 국화향기로 가득하고 들녘의 곡식 내음 또한 짙어져가고 있다. 가을이 고즈넉하게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은 당연한 것 같지만 이는 커다란 기적이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각자는 직업, 인종, 장애, 비장애, 여성과 남성 모두가 인간이다. 인간은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다. 그래서 차별은 있을 수 없다.

밤하늘을 가리는 도시의 휘황찬란한 불빛 그리고 도로를 빛줄기를 내뿜으며 질주하는 수많은 차량으로 밤하늘을 볼 수 없는 요즘 세상 ‘밤하늘 별 보기 축제’도 생각해볼 만하다. 밤하늘을 올려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경이로운지 자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