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사랑기부제, 제도의 취지에 충실한 설계가 중요 / 심미경 |
| 2022년 11월 08일(화)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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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자의 고향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현금으로 직접 기부하고, 재정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기부금을 활용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수행하여 재정수입의 자율성과 지출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예시를 보면, 수원시민인 A씨는 수원시와 경기도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기부가 가능하고,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만약 A씨가 광주 혹은 전남 지자체에 100만원을 기부하게 되면 10만원에 대한 100% 공제에 초과분 90만원의 16.5%인 14.8만원이 더해져 총 24.8만원의 세액공제를 받는 것이다.
기부를 받은 지자체에서는 기부자에게 감사의 표시로 지역 생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해 다시 한 번 지역에 대한 관심도를 제고시키고, 관계인구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등 기부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도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하여 지역이 필요로 하고, 성과가 날 수 있는 매력적인 정책과 답례품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향납세제도를 도입한 일본(후루사토 노제·ふるさと納 )의 경우, 도입 초기에는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2013년부터 납세 세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배경에는 홍보 강화, 소득공제 한도 확대, 원스톱서비스 도입, 답례품 종류와 질 개선 등의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운영 과정에서의 부작용도 발견됐는데, 예를 들면 기부자가 마치 온라인 쇼핑하듯 답례품을 얻기 위해 지자체를 고르는가 하면, 지자체는 기부자 확보를 위해 과열경쟁을 하면서 당초 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답례품 공세를 추진하기도 했다. 지역 특산품을 넘어 고가의 전자제품, 가구, 귀금속, 심지어 아마존 상품권까지 등장하는 웃지 못 할 사례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답례품 관련 민간업체들과 지자체간 리베이트, 공무원을 동원한 조직적인 답례품 페이지뷰 조작, 답례품 조달가 조작,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간 송사 등과 같은 부정적인 문제도 줄줄이 나타났다. 이런 문제들은 지자체와 기부자 모두 제도의 종착점을 답례품으로만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개선 노력으로 최근 일본에서 모금실적이 좋은 지역의 경우, 기부금의 사용 용도를 기부자가 선택할 수 있는 지자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기부자들은 주로 건강, 의료, 복지, 교육, 인재양성 등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사업을 선택했고, 지자체는 기부금 모금실적과 활용 상황을 명확하게 알린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1차 산업 중심의 농산어촌 지역인 훗카이도 카미시호로정(上士幌町)에서는 기부금을 모아 ‘고향납세 육아저출산대책 꿈 기금’을 만들어 무상보육과 육아주택 지원사업 등 교육과 돌봄에 집중 투자했고, ‘고향납세 생애 활약 보람기금’으로는 건강포인트사업과 지역포괄복지사업 등에 투자해 2016년 이후 해마다 평균 60여명의 인구 증가의 효과도 거뒀다. 고향납세제도를 통해 그 어렵다는 인구증가를 실현한 것이다.
이 사례는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취지인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을 고민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준다. 즉, 지자체에서는 지역에 이로운 사업, 이로 인해 지역 활력을 불어넣어 지속가능한 지역 만들기로 이어지는 마중물로서 이 제도를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기부자 역시 세액공제와 답례품보다는 나의 소중한 기부금이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 변화는 과연 지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기부행위의 첫 번째 조건에 충실해야 한다.
2007년 최초 도입 논의 이후 장장 15년 만에 마침내 시행되는 대한민국의 고향사랑기부제! 우리의 선택은 지역 간 답례품 무한 경쟁이 아닌 관심과 지지 속에 만들어가는 고향 지키기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