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미디어월’의 철거만이 해법일까? / 최철

2022년 11월 13일(일) 19:16

최철 조선대학교 초빙교수

광주에서 가장 가독성(Legibility)이 높은 장소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꼽을 수 있다. 광장에는 다양한 문화 난장과 젊은이들의 힙(Hip)함이 어우러져 이 지역에서 유일하다 할 정도로 문화도시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지역이다. 특히 5·18 역사를 매개로 광주의 중심부에서 문화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근래에는 지역민의 쉼터로 외지인들에게는 꼭 방문해야 하는 ‘핫플레이스’로 각인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찾으면 광장에서 우리 앞에 서 있는 거대한 ‘미디어월’을 만난다. 광주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되면서 설치한 이 거대한 미디어 벽은 우리의 시선을 머물게 하고 광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당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특히 고음질의 다채널 음향시스템에 장착된 ‘미디어월’은 국내 최초의 멀티미디어 플랫폼으로 다양한 작품을 생산해내며, 유네스코 창의 도시 광주를 뽐내고 있다. 광주에서 만날 수 있는 대형 전시물 중 유일한 이 인공구조물로 어느새 도시 주변과 잘 어우러져 이제 도시를 읽게 하는 우리의 역사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제 곧 ‘미디어월’을 만날 수 없게 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옛 ‘전남도청복원 범시도민대책위원회’ 측이 정부에 요구한 복원 내용 중, ‘미디어월이 전남도청을 가린다는 이유로 이것을 철거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있고 이것이 정부에 받아들여져 철거가 논의되는 중이라는 것이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설치한 예술작품이 4년만에 철거된다는 논란과 더불어, 광주의 설치작품 공간 중 가장 찬사를 받는 구조물의 철거는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5.18 역사적 상징물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타당할 수 있으나, 시민들의 문화 향유와 함께 공존의 방향을 함께 찾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미디어월’은 기존 전광판과는 다르게 선 형태로 제작돼 뒷면의 외관을 가리지 않도록 제작된 특징이 있다. 1천200㎡의 면적, 60개의 채널을 통해 아시아 문화예술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고, 아시아 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전 등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를 넘어 아시아 지역민도 함께 공유하는 네트워크 공간의 상실은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과 아시아의 슬픔일 수도 있다. 우리의 유무형 자산인 5·18정신이 던져주는 ‘함께 하는 세상’ 또는, 예술에 담긴 철학과 사상, 예술가의 자유로운 창의 정신을 표출하는 산물이, 이제 역할을 그만두고 철거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은 민주 성지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아이러니’ 아닐까?

과연 이러한 모습을 비춰볼 때 ‘미디어월’의 철거가 5·18을 위한 철거인가? 설치와 철거를 위해 들어간 막대한 세금과 전당의 경쟁력 실추, 그리고 시민들의 아쉬운 마음은 고려될 수 없는 것일까? ‘미디어월’과 5·18은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들었던 촛불혁명처럼 하나 될 수 없는 것일까? 시대정신인 5·18과 그 정신의 매개체인 문화는 함께 할 수 없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시대를 통과하는 명제는 우리에게 그 해답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화 융복합’이다. 다양함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포용하는 패러다임이 그 답이다. 더 선명하게 5·18정신을 ‘미디어월’에 투영하고, 더 많은 민중이 함께 공감하고 그 정신을 담을 수 있다면 철거와 보존의 입장을 달리하는 모두에게 보존과 철거를 넘어선 더 나은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서로의 대립이 화해와 융합으로 보이는 광주를 위한 상생의 모습, 또한 지역민의 감동과 지지를 얻게 될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의 입장과는 다르지만, 1889년 파리 엑스포에 전시할 목적으로 세워진 에펠 탑이 원래는 20년간 설치했다가 해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잔존을 통해 지금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었다. 광주의 랜드마크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미디어월’ 역시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세계를 포용하고 평화와 자유, 인권을 담는 예술 조형물로 거듭날 수 있는 작금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