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 협치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 홍기정

2022년 11월 14일(월) 19:41

홍기정 광주교육희망더하기 공동대표

광주시교육청에서는 광주시민교육협치진흥원을 새롭게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시민참여담당관실이 개편되는 것이다. 시교육청에서는 돌봄, 성장, 위기, 교육지원 등 4개 분야를 광주시민교육협치진흥원의 주요 업무로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청과 광주시와 5개 구청, 그리고 시민까지의 한데 모아 광주교육의 협치를 구현할 독립적 조직을 탄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필자는 광주시교육청의 이러한 기본적인 구상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

문제는 ‘협치’를 하겠다는데, ‘협치’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본디 ‘협치’란 통합을 이루는 틀이고 통합의 대상들과 함께 균형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다. 정책추진에서의 협력과 소통, 공동실행이라는 의미에서 접근할 수도 있지만, 논의 단계에서부터 정책추진 대상자와 정책수용자들이 서로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며 함께 소통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헌데 그런 협치의 기본이 보이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광주시의회를 비롯한 지역사회에서는 광주시민교육협치진흥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기관의 명칭에는 협치가 들어가 있고, 광주교육을 함께 풀어나가자는 것인데, 왜 시교육청 내부에서만 논의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더욱이 광주시민교육협치진흥원을 시교육청의 직속기관으로 만든다는 의문도 해소되지 않는다. 협치를 진흥하겠다는 것이 시와 구 등 자치단체와 시민이 함께 교육협력 중간조직을 만드는 것을 담당하는 기관인지, 아니면 직접 협치진흥원에서 중간조직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제라도 교육협치진흥원은 기관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교육협력의 독립적 추진기구인가, 자치단체와 교육협력을 펼칠 중간지원 조직을 만드는 것인가. 분명한 것은 교육협력을 해야 할 ▷온종일 돌봄 ▷청소년상담 ▷학교폭력 ▷학교급식 ▷학교밖청소년 ▷진로직업체험지원 등의 영역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정부 부처도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제각각이고 대부분의 예산 또한 자치단체를 통해 지원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시 전체의 ‘온종일 돌봄’만 살펴보더라도 교육부 소관인 초등돌봄교실이 152개교에서 개설되어 있고, 복지부의 다함께돌봄센터 20개소와 지역아동센터가 308개소, 그리고 여성가족부 지원을 받는 청소년수련관과 청소년문화의집의 방과후아카데미로 나뉘어서 운영되고 있다.

지금 광주시민교육협치진흥원은 설립 취지의 명분도 설립을 추진해가는 동력도 확보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행히 내년 3월 진흥원 개원이 아니라 진흥원 설립추진단으로 변경해 추진한다고 한다. 설립추진단으로의 변경이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함이 아니고 진정으로 교육협력의 대상과 함께 ‘협치’를 펼칠 수 있는 시간과 정책추진 단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길 바란다.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으로 유·초·중등교육 대부분의 업무가 교육부에서 교육청으로 이양되고 시도교육청의 사무가 늘어나게 되면서 자율과 권한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러면서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협력은 더욱 중요해지게 될 것이다. 교육협력을 추진해가는 사람과 예산을 함께 공유하고 상시적이고 독립적인 중간조직으로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자칫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있는 이름만 ‘협치’로 전락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협치’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함께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