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건설 마형렬 회장 회고록(22) 기업 길들이기와 세무사찰 |
| 2022년 11월 16일(수) 1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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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원고는 마형렬 남양건설 회장님의 회고록 '막히면 뚫고, 닫히면 열고'를 인용한 것으로, 내용 중 등장하는 이름과 장소 등을 일부 편집했음을 알립니다-
지난 2000년 가을 중앙 일간지에는 국세청을 비판하는 한 기업인의 광고가 실린 적이 있다. 국세청이 즉각 해명에 나섰지만 그렇게 간단한 것이라면 기업인이 왜 그리 많은 광고료를 지불해가며 광고를 냈겠는가.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이미 외국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무슨 규제가 그리도 많고 '꽤씸죄'라는 것도 왜 그리 많은지 이해가 안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기업경영과 관련해 2개 이상의 부처가 중복 규제하는 법률이 292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인 절반 이상이 규제개혁의 성과가 없거나 나빠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겠는가.
정부 부처가 기업 조사권을 경쟁적으로 사용하다보니 어느 회사는 한 해 120일을 조사를 받거나 준비하는데 썼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공정위나 국세청이 똑같은 국가 기관인데 재탕, 삼탕 동일한 조사를 하다보니 기업의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외국인 경영자를 내세워 국가에 맞서려고 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기업을 하면서 기업의 활동이 엄격한 룰에 의해 규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온 사람이다. 개중에는 악덕 기업도 있고 나쁜 관행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정법을 비롯한 일정한 룰 안에서 이뤄지는 기업 활동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본다. 룰의 범위가 모호하거나 그 안에서 적용되는 기준이 일정치 않을 때 기업은 불만을 갖기 마련이다.
정부와 기업이 대립하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이다. 정부가 기업을 범죄 집단으로 생각한다거나 기업이 정부를 속이려고만 한다면 나라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기업과 정부는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협력의 관계라는 것이다. 매년 수십 만명 씩 쏟아져 나오는 대졸자를 비롯 수많은 인력을 흡수하는 곳도 기업이요 생산을 통해 국가 경제를 이끄는 주체도 기업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정부는 기업 활동을 최대한 보장해주어야 한다. 특히 '꽤씸죄'라는 이름의 세무사찰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업이 탈세를 했거나 공정거래를 위반했을 경우 실정법에 따라 처벌하면 그만이지 거기에 국가기관의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