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AI 공포, 살얼음 걷는 가금농장

2022년 11월 17일(목) 19:29

생계가 달린 오리 3만마리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전남 장흥군 부산면 한 육용 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였다. 출하를 열흘 앞두고 주인은 망연자실이다. 착잡한 마음으로 안팎을 오갈 뿐이었다. H5형 고병원성 첫 사례로 확인되면서 이 곳 반경 1㎞ 내 5곳에서는 7만1천마리가 살처분됐다.

앞서 지난 11일 강진만 생태공원에서 발견된 고니 폐사체도 정밀 검사한 결과, 고병원성으로 판정됐다. 또 순천만 야생조류 폐사체 검사에서도 H5N1 항원이 나왔다. 전남도는 도내 전체 가금농장과 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이동을 중지시키고 소독 작업을 벌이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방역과 예찰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영록 지사는 도민담화문을 통해 겨울철 철새 도래지 방문 자제와 가금농가의 강도 높은 방역 참여, 협조를 당부하고 나섰다. 김 지사는 “최근 대내외 경제 위기로 모두가 어려운 데다, 유류비, 사룟값 등 생산비 급증에 축산물 무관세 수입까지 더해져 농가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면서 “시중에 판매되는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안전하다”고 소비 동참도 당부했다.

가을에 접어들어 철새가 찾아들면서 가금농장은 소독을 실시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버텨왔다. 전남도는 24시간 가축질병상황실을 운영하고, 농가에 면역증강제 공급 등을 위한 특별방역비를 긴급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철새 도래지에서 연이어 AI 항원이 검출돼 연쇄 파급은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전국적으로 고병원성 확진 판정은 9개 시·도 38건(가금농장 15건·야생조류 23건)에 이른다. 결국 최대한 그 규모를 줄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고병원성이 확산되면 농가는 물론, 산업 전반에 파급된다는 사실을 그동안 경험했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계란 수급 대책까지 추진하고 있다. 전염병 발생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민·관이 한 마음으로 힘을 합쳐 전력 대응해야 한다. 특히 농가는 매일 폐사율과 산란율 변동을 관찰해 이상이 있는 경우 즉시 신고해야 하겠다. 보다 꼼꼼하게 점검해서 빈틈없는 방역망을 구축해야 한다. 고삐를 더 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