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의 캔버스 산책]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부터 날다

2022년 11월 20일(일) 18:52

‘No. 177’

젊은 날 한 권의 책이 날 사로잡았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제목이 주는 강렬함과 묘한 매력에 사로잡혀 그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당시 내겐 좀 어려웠다. 깊은 철학적 사유와 삶과 사랑의 무거움과 가벼움의 경중을 따지기엔 아직 어렸기 때문에 계속해서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삶의 진정한 가치는 늘 무겁고 장중하며 영속성을 지녀야하는 걸까? 아니면 찬란한 가벼움으로 날아오를 듯 순간 순간을 즐겨야하는 걸까?라는 실존적 고뇌가 있었다. “Carpe Diem…!” 당연히 난 후자를 선택했고, 훗날 내 작업 명제로 차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연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날아오르다-’의 여성상은 종래의 나약하고 무가치한 삶의 관념으로부터 찬란한 가벼움으로 날아올라 진정한 여인으로의 재탄생을 의미한다.

여성은 창조와 생명의 근원

부드럽고 여리나

강함과 단단함을 이긴다.

물줄기처럼

낮은 곳을 향해 몸을 굽힐 줄 알고

온 땅을 적시며

생명을 잉태시키고 낳아 안고 기르며 보호한다.

조용히 기다리며 너그러이 품어 살찌우게 하는 넉넉한 대지인 여인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계절을 끊임없이 순환하는 꽃

그리고 자유롭게 창공을 가르는 새

나약하고 여리지만 어둠의 삶 질곡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 불꽃 같은 정열로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언제나 그 놀라운 생명력으로 한 떨기 하얀 꽃을 피워내는

창백한 여인의 눈길은 오늘도 갈망한다

열정, 꿈, 사랑 그리고 삶의 무거움이 아닌 찬란한 가벼움으로 날아오르길…<동명동에서 김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