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남진 초대전 ‘Sitll Life’, 내달 5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 돌아보고, 마주보는 ‘삶은 아름다워라’ 평범한 풍경·다채로운 색 조합…우리시대 희로애락 표현 최명진 기자

2022년 11월 23일(수) 19:19

‘나는 너는’

‘적요’(寂寥)

‘연서’(戀書) <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짙푸른 하늘, 은은하게 비추는 달과 별, 서로 뒤엉킨 전봇대의 전선, 추억이 깃든 쪽지 등 화폭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익숙하다 못해 무심코 지나쳤던 소재들이다. 주변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며 소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화폭에 담아내는 전시가 펼쳐진다.

임남진 작가 초대전 ‘Sitll Life’가 다음달 5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임남진 작가의 시선이 총망라된 ‘스틸 라이프(Still Life)’ 연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특히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은 다채로운 색을 조합한 또 다른 느낌의 풍경들이다. 작가 특유의 색 표현을 음미하게 하며,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작가는 불화의 형식을 빌려 줄곧 한 시대의 이야기를 인간 군상의 이미지로 풀어왔다. 한 폭의 그림에 밀집돼 표현된 무수한 일상의 순간들은 작가가 살아가는 복잡한 현시대의 희로애락을 담아냈다.

이처럼 시대의 군상을 세밀하게 보여주던 작가의 그림은 2018년 개인전 ‘Still Life_BLEU’를 통해 전환점을 맞았다. 한 시대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안의 사건 하나 하나를 담아내던 작가의 시선은 점차 늘 곁에 존재했지만 눈길이 머물지 않았던 주변 풍경을 향하게 됐다.

‘자연 대상을 관찰하고, 사유를 통해 삶의 이야기를 시(時)적으로 은유하고 상징하고 싶다’는 작가는 점차 화면을 점, 선, 면, 색의 미적 조형을 통해 우리 주변의 일상 풍경들로 가득 채웠다.

일상의 면면이 담긴 화폭에는 작가의 머물렀던 시선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각기 다른 내면의 감정들을 야기하기도 한다.

하늘을 조각내듯 흐트러져 있는 전선을 보며 복잡한 심경을 빗대어 보기도 하고, 가로등 불빛이 피로했던 하루를 감싸 안아주듯 위로해 준 날을 상기시켜 보기도 하는 등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들을 생각나게 한다.

그림에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군상에서 풍경으로 변화하면서 작가는 ‘내면의 사유’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고민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찾고자 한 미적 조형에 대한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와 연구 결과는 고스란히 화폭에 담겼다.

그림 소재와 화면 구성에 큰 변화가 있는 듯 보이지만, 화면에서 사라진 군상들은 여전히 전봇대의 전선을 통해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삶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감정은 다양한 색채를 통해 더욱 명확히 전달된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