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좋아요’를 먼저 들어주세요 / 이세연
2022년 11월 24일(목) 19:16
이세연 광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 팀원
지난 18일, 광주시청 무등홀에서 2022년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란 아동학대의 예방과 방지에 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날로, 일주일 동안 ‘아동학대 예방 주간’이라 부르며, 교육·홍보활동을 펼쳤다. 눈길을 끈 것은 아동학대선언문을 통해 ‘사각지대 없는 아동 보호를 위해 건전한 성장을 지원하자’라는 메시지였다. 시대의 변화에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환기해보려는 의도였다.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문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수많은 정보를 향유할 수 있으며, 누군가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삶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문화를 즐기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공개할 수 있는 ‘멋진 신세계’ 가 펼쳐진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아동학대의 새로운 사각지대가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셰어런츠’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녀의 웃는 모습, 예쁜 발걸음 등 행복이 가득한 순간을 각종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이렇게 자녀의 일상을 SNS에 올리며 공유하는 것을 ‘셰어런팅’(Sharenting)이라고 한다. 또 셰어런팅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며 자녀의 모든 일상을 공유하는 부모를 ‘셰어런츠’(Sharents)라고 부른다. 셰어런츠들은 셰어런팅을 통해 가족의 행복한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자녀의 인권뿐 아니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있다.

먼저, 아동의 인권에 대한 부분이다. 본인 생각에 귀엽다는 이유로 자녀가 목욕하는 모습이나 벌을 서는 모습을 SNS에 올린다. 모 연예인은 탈의한 자녀의 뒷모습을 공개했다가 사람들의 질타를 받고 삭제하기도 했다. 어린이의 경우,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거나 아직 사리 분별이 어려워 부모의 요구에 따라 모습이 공개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들에서 아동의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으며, 넓게는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

또 하나는 안전의 문제다. SNS에 노출된 아동의 개인정보, 사진 등이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SNS를 이용한 유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2017년 EBS 프로그램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낯선 여성이 아이에게 접근한 후 부모의 SNS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신뢰를 얻어 결국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디지털을 이용한 범죄가 급증하는 시대에서, SNS 게시글이 아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준 것이다.

셰어런팅의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셰어런팅을 통해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통해 육아로 인한 고립감,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가족의 행복한 순간을 오랫동안 기록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모두 부모의 만족일 수 있다. 아이들의 생각을 먼저 물어봐야 한다. 아동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그들이 ‘싫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만약 나이가 어려 충분한 의사 표현이 힘든 자녀라면, 보호자인 부모가 좀 더 세심하게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여 고민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언젠가 잊힐지 모르는 순간을 오랫동안 기록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의 ‘좋아요’ 보단, 자녀가 ‘좋아요’라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야한다. 이런 것들이 지켜진다면, 더욱 행복한 기록사진과 가족사진이 되지 않을까. 아이들이 최우선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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