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인데요”…일란성 쌍둥이 형의 도주극, 9년 만에 쇠고랑 오복 기자

2022년 11월 27일(일) 19:50

쌍둥이 동생을 이용해 옷을 바꿔치기 하고 경찰서에서 도주하려던 30대가 경찰의 예리한 눈썰미에 붙잡혀 결국 쇠고랑을 찼다.

27일 광주지법 형사10단독(재판장 김정민)에 따르면 공동상해, 사서명 위조, 도주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33)씨에게 징역 5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대였던 2013년 2월28일 오후 3시께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과에서 공동 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는 같은날 광주 북구의 한 길거리에서 택시기사를 차에서 끌어내 수차례 머리로 받고, 넘어진 기사에게 발길질을 한 혐의로 입건됐다. 택시기사가 짧은 치마를 입고 함께 걸어가던 지인을 훑어본다고 오해해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A씨는 당시 벌금 수배를 받고 있었다.

이같은 사실이 들통날 것 같아 인적사항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자신의 쌍둥이 남동생 이름을 알려줬다. 현행범 체포 확인서에도 본인 이름이 아닌 쌍둥이 동생의 이름을 기입했다.

A씨의 잔머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서에 면회를 온 쌍둥이 동생을 보고선 경찰서에서 탈출을 시도했다.

잠시 틈을 탄 A씨는 동생으로부터 점퍼와 모자를 건네 받았다. 옷을 갈아입은 그는 마치 자신이 동생인 것처럼 행세하며 화장실을 가는 것처럼 당당히 형사과를 걸어나왔다. 이를 지켜보던 경찰은 A씨에게 “지금 어디 가는거냐”고 물었다. A씨는 “잡혀온 형은 저기 앉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형사들은 범인의 머리 위에 있었다. 경찰은 미처 갈아입지 못한 A씨의 바지를 보고 쌍둥이형과 동생을 구분, A씨의 도주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에 넘겨진 A씨는 9년 동안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도망다니다가 최근 법정에 섰다.

재판장은 “벌금 수배 중인 사실을 감추기 위해 쌍둥이 동생의 이름을 사칭했다”며 “면회 온 동생의 옷을 입고 도주하려다 미수에 그쳐 죄질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고는 피해자와 합의했지만 공동 상해를 가하고 약 9년 동안 재판에 불출석하고 도주했다”면서 “폭력 범죄로 처벌 받은 전력이 다수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