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생, 외로움, 자살

본사 부회장

2022년 11월 30일(수) 19:36

최근 청소년 자살률과 자살·자해 시도가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최근 4년(2017~2020년) 간 9~24세 청소년 자살률은 44%, 10대 자살·자해 시도는 69%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청소년 자살률은 10만명당 6.4명인 데 비해 한국은 10.4명에 달한다.

한국 10~3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2020년 기준 20대 사망자 가운데 절반 이상(54.3%)이 자살이었다. 한창 꽃피울 나이에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는 왜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지 못했던 것일까?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개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상태가 위기에 처했고, 고통받는 청년에 대한 지원 체계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많은 청소년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살률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는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무엇이 문제이기에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살기 힘든 사회가 되어버린 것일까. 전문가들은 청년 절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성세대와 현 사회의 공감 실패’를 손에 꼽는다. 기성세대는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생존 경쟁에 내몰린 청년 세대는 부모 혹은 가까운 친구에게서조차 이해받지 못한 채 살아갈 힘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청년들은 개인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친구를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아주 각박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어려선 마음고생, 커가면서는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고독사로 죽는 세대인 것이다.

박건우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원은 ‘코로나 시대, 통계로 보는 청년 자살’에서 코로나 시기에 정신건강의 악화가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사회 경제 불평등도 더 심화됐다. 인구학적 측면에서는 청년 여성층의 정신건강 악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은 20~30대 여성의 자살 사망 증가와 저소득 실업계층의 정신건강 악화가 관찰됐다.

기성세대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채 더 불행해진 청년들, 고용 한파로 삶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린 청년들, 희망을 잃은 채 무기력함에 빠진 청소년들, 기댈 곳 없이 정서적으로 고립된 청소년들, 이 사회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위기를 우리 사회는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대책은 청소년쉼터 등을 통해 고위기 청소년을 찾아내고, 인터넷 카페나 SNS에 올린 글을 보고 위기 대응에 나서는 사이버 아웃 리치 인력을 증원한다고 한다. 청소년 상담 1388 담당 인력도 현재 155명에서 2배 이상으로 늘린다. 3개월 이상 집이나 방에서 나가지 않는 은둔형 청소년을 위한 지원책도 내놨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청소년 자살을 획기적으로 줄일지는 미지수다. 2012년 3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을 처음 시행할 때도 기대는 컸다. 그 후 10년이 지났지만, 청소년 자살률은 급증세다. 자살예방법 3조는 ‘국민은 자살위험에 노출되거나 스스로 노출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자살할 위험성이 높은 자를 발견한 경우에는 구조되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조항도 있긴 하다. 정작 극한 상황에 몰린 당사자들은 이런 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며 이웃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현실이다.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현장에 스며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미국의 경우 아동사망검토 제도를 시행한다. 자살을 포함한 모든 아동 사망 사건에 대해 수사·의료·교육·보호 기관 전문가가 참여해 분석한다. 이렇게 쌓인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청소년 자살 예방을 돕는다.

이제 우리도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많은 원인으로 꼽히는 가정불화와 우울증, 물질만능과 지나친 교육열에 따른 성적비관, 외모지상주의 등으로 인한 개인주의적 사회문화와 상대적 박탈감 등을 해소해줄 교육정책의 개혁도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안전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자살을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에 희망은 없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학교가 나서야 한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

더불어 모든 학생들에게 자살 충동을 느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자살예방을 위해 정부의 자살예방 교육 강화 및 심리상담 확대 및 자살예방센터 확대 운영 등의 대책도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국가 자살동향 감시체계 구축, 근거기반 자살예방 정책 추진을 위한 지자체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세상은 미래가 없다. 기성세대와 국가가 청소년 세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우리가 어디에 더 관심을 둬야 하는지 하나하나 짚어나감으로써 다시 치유와 연대 희망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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