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G.MAP 이이남 특별전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 사라져 가는 것, 그 슬픔과 아련함 역사도, 운명도 ‘빛’이 되어 흐른다 최명진 기자 |
| 2022년 12월 05일(월) 1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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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시간 속 기억을 붙잡고 그 안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빛’의 전시가 펼쳐진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G.MAP에서 열리는 이이남 미디어아트 특별전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자신의 흘러간 시간을 빌려온다. 층별 곳곳에 작가의 기억을 숨겨 놓아 관람객이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 전시 공간을 최대한 확장, G.MAP이라는 건물 자체를 전시 주제와 결합시켰다. 이곳 물리적인 공간을 이이남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가상의 문으로 설정했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두운 로비 한 가운데 소녀상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초등학교 교정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 읽는 소녀 동상으로, 마치 관람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소녀상 그림자는 ‘미디어’, ‘아티스트’ 등 꿈틀거리는 글자로 메워져 있다. 빛과 그림자를 통해 표현된 작가의 유전자 정보로 ‘나는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로비 오른편에서는 어린 아이 키만한 높이의 문을 마주할 수 있다. ‘80년 5월18일 날씨 맑음’이란 주제의 전시장 입구로, 80년 5월 당시 초등학교 5학년생이던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 속으로 함께 떠난다.
몸을 숙여 문을 통과하면 전시장 바닥을 가득 메운 윤슬이 일렁이는 영산강 물결과 꺼지지 않는 촛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에선 김추자의 ‘꽃잎’이 흘러나온다. 여기에 40여대의 오래된 선풍기들이 마치 헬기 소리와 같은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다. 어딘가 모르게 기묘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지만, 횃불을 들고 있는 소년상은 굳건해 보인다.
선풍기 날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이 담긴 사진이 부착돼 있다.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과 공포스러운 헬기 소리는 곧 모순 가득한 현실 속 각자의 기억이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2층 전시장에선 보다 내면으로 들어가 유년시절 가족과 함께한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어머니가 들려준 자장가, 따뜻한 도시락, 아버지의 재킷 속 동전을 훔쳤던 기억 등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들을 펼쳐낸다.
한켠에는 ‘쓰고 버리는 편지’라는 관객 참여 공간이 마련됐다. 내가 보낸 시간 중 버리고 싶은 기억을 종이에 써서 후련하게 날려버릴 수 있는 활동이다.
이와는 또다른 분위기로 전시장 중앙에서는 책 읽어주는 소녀상의 낭독회가 펼쳐지고 있다. ‘사랑’, ‘춤 추다’, ‘함께 어울리다’ 등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이는 죽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려는 아이의 기억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작가는 유난히 죽음에 대한 꿈을 많이 꿨던 담양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때의 기억을 특정하고 있다. 당시는 간첩, 공산화, 전쟁과 같은 단어들이 난무했는데, 이러한 상황은 어린 아이의 무의식에까지 ‘죽음’이라는 공포를 새겨 넣었다.
약 9분간 재생되는 영상에서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배경으로 옛 전남도청 분수대가 나오기도 하고, 곳곳에 바벨탑 이야기나 불의 심판 등 성서와 관련된 모티브들이 등장한다. 광주에서 느낀 기억들과 죽음의 이미지가 어우러지며 혼재한 상황을 나타낸다. 당시 겪었던 내면의 공포를 순수한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전달하고 있다.
3층 전시장은 죽음과 삶은 결국 하나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제로 꾸며졌다. 죽음을 의미하는 피에타상과 동양의 산수를 소재로 한 영상이 조화를 이루고, 마이웨이 음악과 함께 축제와 전쟁의 이미지가 중첩되면서 무대는 클라이막스에 이른다.
이이남 작가는 “이번 전시는 평면으로만 봤던 빛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입체적 조각과 연결 짓는 전시다”며 “어린 아이의 시선 뒤에 감춰진 5·18을 각자의 시선으로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4월30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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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