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다룬 영화 ‘황무지’ 조사 개시 결정 상영 준비 중 보안사 지시로 필름 탈취돼 진실화해위 “언론·출판의 자유 침해” 판단 김진수 기자

2022년 12월 05일(월) 21:23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는 5일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제46차 위원회를 열고 ‘영화 황무지 상영 탄압사건’ 등을 포함한 181건을 조사 개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화 ‘황무지’ 상영 탄압 사건은 신청인이 1989년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다룬 영화 ‘황무지’를 제작해 상영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국군보안사령부의 지시를 받은 제작사 우진필름과 문화공보부의 필름 압수로 인해 영화 상영이 중단된 사건에 대해 진실 규명을 신청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이 보안사가 영화 ‘황무지’에 대해 보고했던 것이 확인됨에 따라, 영화 상영 과정에서 필름 탈취 등을 통해 상영을 방해함으로써 언론·출판의 자유가 침해되는 등 인권 침해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서른여덟 번째로 조사 개시 결정한 이번 사건에는 항일독립운동인 ‘차○○의 정의부 활동’, ‘부산·경남 양산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충남 서산·당진 등 민간인 희생사건’ 등도 포함됐다.

영화 ‘황무지’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된 특전사 병사 김의기는 상관의 명령으로 인해 한 소녀를 사살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중 탈영한다. 김의기는 도피 생활을 하던 중 군산 미군 기지촌에 숨어들게 됐고, 이때 기지촌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자신이 광주에서 사살한 소녀를 떠올리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결국 신부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광주 망월동 묘지에서 분신 자살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는 독립된 정부 조사기관으로 항일독립운동과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권위주의 통치시기 인권침해·조작 의혹 사건,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 이 밖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접수한 진실규명 신청 건수는 11월 24일 기준 1만8천383건이고 신청인 수로는 2만310명이다. 진실규명 신청은 올해 12월 9일까지다.

신청은 진실화해위원회, 시·도와 시·군·구, 재외공관에서 우편이나 방문 접수를 하고 있다. 사건 희생자나 유가족, 피해자나 가족·친척, 목격자나 사건을 전해들은 사람도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서류는 진실화해위원회 누리집(www.jinsil.go.kr)에서 내려받으면 된다. (문의 02-3393-9700)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