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위협 전동킥보드 견인 조례 ‘유명무실’ 광주시, 올 1월부터 개정안 시행…지난달까지 견인건수 0건 자치구, 지원업체 없자 예산 반납…내년 거치대 설치 등 추진 김현지 수습기자

2022년 12월 05일(월) 21:24

# A씨는 지난달 22일 광주 북구의 한 도로에서 길을 건너려다 주차된 전동킥보드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 가로로 주차된 전동킥보드가 횡단보도 시작 부분을 전부 막아 지나가려는 사람들은 차도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전동킥보드 때문에 차도로 지나가야 해 위험하다”며 “보행섬 등에 주차돼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좁은 길에 피할 곳도 마땅치 않아 신호가 바뀔 때까지 불편하게 기다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대학생 B씨는 전남대학교 곳곳에 방치된 전동킥보드 때문에 밤중에 길을 걷다 넘어질 뻔한 적이 있다. B씨는 “야간에는 낮보다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데 눕혀져 있으니 더 안보였다”며 “학교 내 인도 뿐 아니라 차도에도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어 차들이 급정거 하는 위험한 상황도 본 적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렇듯 길가에 무방비하게 놓인 전동킥보드로 시민들이 통행 불편 등을 겪고 있지만 광주시가 지난 1월 해결책으로 내놓은 견인조례는 1년 가까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 <사진>

광주시 5개 구에서 민원이 적어 견인업체 선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견인을 시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광주시는 무분별하게 주차된 전동킥보드를 견인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광주시 자동차 견인조례’를 개정해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핵심내용은 어린이보호구역을 포함한 주행차로와 횡단보도 진출입로 등의 장소에 주정차 시 신고 접수 후 20분 뒤에 견인하며, 이외 일반구역의 경우 1시간 뒤에 견인한다는 것이다.

또 견인료는 1대당 1만5천원이며, 1차적으로는 대여업체에 청구되고 이후 대여업체가 이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렇듯 관련 조례를 시행한 지 11개월이 됐지만, 5일 광주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 현재까지 전동킥보드 견인 건수는 0건이다.

게다가 광주시 5개 자치구 모두 견인업체가 선정되지 않아 킥보드 견인 지원사업 명목으로 받은 예산을 지난 9월경 전액 반납했다.

결국 조례는 개정됐지만, 견인업체가 없어 견인이 실제로 시행되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에서 밝힌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전동킥보드 관련 민원건수는 광산구 192건, 북구 51건, 남구 31건, 서구 13건, 동구35건이다.

이는 안전신문고와 각 지자체에 신청된 민원을 집계한 것인데, 대여업체로 접수된 민원까지 합산한다면 실제 관련 민원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대로 된 민원 집계와 견인업체선정이 이뤄지지 않고 차일피일 미뤄지는 전동킥보드 견인에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전문 견인업체를 선정하려 했지만 집계되는 민원이 적다”며“수익성 등의 문제로 업체가 지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는 전동킥보드 거치대를 설치한 주차공간을 늘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현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