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481) 어찌해 은혜로운 명령이 하늘로부터 내렸는가 |
| 2022년 12월 07일(수) 1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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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년에 양식 없어 밥 짓는 연기 끊기더니
어찌하여 은혜의 명령 하늘로부터 왔는지
내 몸이 의리 저버릴까 신선보다 어려워라.
九載休糧絶鼎煙 如何恩命降從天
구재휴량절정연 여하은명강종천
安身恐負君臣義 濟世難爲羽化仙
안신공부군신의 제세난위우화선
조국의 운명이 바람 앞에 등불처럼 놓여 있을 때 대인(大人)의 꿈을 꾸는 선현들의 의기를 만난다. 임진왜란 때 선현들을 만난다. 성웅 이순신 장군이 그랬고, 망우당 곽재우 의병장이 그랬다.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을 임금의 명이라고 생각했고 하늘의 뜻이라고도 생각했다. 의(義)를 위해 기꺼이 죽을 것이라는 초연한 마음을 간직했다. ‘내 몸 편함은 군신의 의리 저버릴까 두려우니, 백성들을 구제함이 신선되기보다 더 어렵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어찌해 은혜로운 명령이 하늘로부터 내렸는가’(有召命)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망우당(忘憂堂) 곽재우(郭再祐:1552-1617)로 조선 중기의 의병장이다. 1570년(선조 3) 18세 때부터 활쏘기, 말 타기, 글쓰기 등을 고루 익히고 병법서도 열심히 공부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1575-1576년에는 의주목사에 임명된 아버지를 따라 의주에서 살았고, 임진왜란 때 크게 활약했던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구년 동안 양식 없어 솥에 밥 짓는 연기 끊어지니 / 어찌해 은혜로운 명령이 하늘로부터 내렸는가 // 내 몸 편함은 군신의 의리 저버릴까 두려우니 / 백성들을 구제함이 신선되기보다 어려워라’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소명을 받잡고’로 번역된다. ‘소명’(召命)이란 어휘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주어진다. ① 생활하면서 어떤 일이나 임무를 하도록 부르는 명령. ② 천주교나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구원을 받도록 죄인을 초청하시는 하느님의 은혜로운 행위. ③ 옛날 군신 간에 임금이 신하를 부르는 명령 등으로 정의하면서 쓰였다.
시인은 위 세 가지 의미 중에 세 번째인 군신간의 임금 쪽에서 신하를 부르는 명령으로 생각했음 알 수 있는 시상이다. 구년 동안이나 양식이 없어 솥에 밥 짓는 연기 끊어지니, 어찌하여 은혜로운 명령이 하늘로부터 내렸다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 모진 가뭄 때문이었을까? 자급자족하라는 지엄한 임금의 명령이었을까? 9년의 긴 세월을 밥을 지을 수가 없었으니….
그렇지만 화자는 합리적이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몸을 이만큼 편안함은 군신의 의리를 저버릴까 두려 하는 것이니, 백성들을 구제함이 신선되기보다 어렵다 했다. 전제군주정치 하의 어려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의 이면을 보게 된다. 농업을 근본으로 했으니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했을 것이다.
※한자와 어구
召命: 하늘로부터 받은 명령. 九載: 9년 동안. 休糧: 양식이 없다. 絶鼎煙: 솥에 밥 짓는 연기 끊어지다. 如何: 어찌해야만. 恩命: 은혜로운 명령. 降從天: 하늘로부터 내렸는가. // 安身: 몸이 편안하다. 恐負: 저버릴까 두렵다. 君臣義: 군신의 의리. 濟世難爲: 백성들 구제하기 어렵다. 羽化仙: 신선이 되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