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대 칼럼]월드컵 축구 열기와 스포츠 정책의 전환

시사평론가

2022년 12월 08일(목) 18:59
드디어 월드컵 축구 본선경기의 패턴을 알게 됐다. 조별 리그에서 먼저 2승을 올리고 느긋하게 3차전을 맞이할 수 있는 팀이 강팀이다. 반면, 3차전에 승부를 걸어야만 하는 팀은 약팀이다. 2차전까지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지은 팀은 느긋하게 3차전에 임할 수 있다. 주축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가질 수 있다. 또 전술적으로도 다양한 옵션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3차전을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주축선수들은 이미 부상과 피로에 절어있기 십상이다. 겨우 승리를 거두고 16강전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이후 경기에서 불리함을 극복하기가 어려워진다. 일종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중동의 소국이자 부국인 카타르(Qatar)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로 인해 축구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 밤잠을 설쳐가며 경기를 보느라 다음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라 국민들의 관심이 더 증폭됐다. 국민들의 커다란 관심과 기대 속에서 치러진 우리 나라 축구 대표팀의 여정은 아쉽게도 16강전에 그쳤다. 월드컵 본선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치러지지만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한국대표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진입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때의 영광은 국민들의 뇌리에 강하게 새겨져 있다. 하지만 주최국의 자격으로 참여한 대회에서 기록한 성적으로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이후의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원정 16강을 목표로 잡았다. 이번에도 그러한 목표는 변함이 없었다. 국민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응원한 것은 16강 진출여부가 최대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축구는 내셔널리즘이 매우 강하게 내재된 스포츠 경기다. 총성없는 전쟁에 비유할 정도다. 어떤 이들은 축구가 불러일으키는 내셔널리즘이 국가 간 갈등과 대립을 부채질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반대로 국민들에게 내재된 전쟁욕구를 축구라는 대리전을 통해 분출함으로써 오히려 대립과 갈등을 완화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어느 쪽이 맞는 말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축구경기로 인해 대립과 갈등이 심해지는 면도 있을테고, 오히려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보다 심각한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월드컵을 관람하며 생활 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어느 나라건 간에 축구대표팀은 국가의 명예와 위신을 걸고 경기에 임한다. 마치 전쟁을 치르듯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특히 월드컵에서의 국가간 게임은 더 치열하다. 경기에 임하는 국가대표팀은 일정 목표치를 갖고 그라운드를 뛰지만, 경기결과에 만족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국가의 명예와 국민적 자존심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아주 소수의 국가들만이 그나마 만족하며 경기를 마친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내려면 스포츠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나라마다 처해 있는 사정이 다르겠지만 어떤 나라들이 성적을 내는지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은 국민들이 축구를 좋아해야 한다.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국가의 대표팀 성적이 좋을 리 만무하다. 이것은 축구인재를 발굴하는 문제와 깊이 관련돼 있다. 또 하나는 우수한 인재들이 발탁되는 공정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무리 축구에 재능이 있더라도 선수로 발탁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면 그 나라의 축구가 발전하기 어렵다. 돈이 있어야 하고, 권력이 배경으로 작용해야 선수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우수한 축구인재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또 하나, 축구인재들이 성적을 낼 수 있는 적절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아무리 우수한 재능을 갖춘 선수들이 발굴되어도 이들이 지속적으로 경기에 임해 기술을 연마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엔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져 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 여건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생활 스포츠(아마추어)와 엘리트 스포츠(프로)의 적절한 접맥과 공존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아마추어와 프로의 조화로운 공존 시스템이 필수적인 것이다. 아마추어만 성행하고 프로가 없다면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와 다름없다. 반대로 프로만 있고 아마추어가 없다면 줄기 없는 나무에 열매만 열린 꼴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축구강국이 되려면 생활스포츠로서 축구가 성행해야 하며, 여기에 엘리트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접목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축구의 대중화와 이와 연결된 프로축구의 활성화는 필수적일 것이다. 비단 축구 종목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성대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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