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차분 개인전 ‘마음이 지어가듯’, 27일까지 예술공간집 평안으로 감싸며 삶에 녹아든 안식 ‘집’이 전하는 행복 최명진 기자

2022년 12월 15일(목) 19:17

‘숲을 보듯이’

‘사랑, 그 달콤함’

‘안식-2201’

‘지금 우리 빛나고 있나’ <예술공간 집 제공>

집을 소재로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고차분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마음이 지어가듯’이 오는 27일까지 예술공간집에서 펼쳐진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전시에서는 집을 짓는 것과 같이 작가의 마음이 지어간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이며 현실의 삶을 지속시켜주는 물리적 공간이자 절대적 공간이기도 한 ‘집’은 작가의 그림 안에서 추상적 존재로, 이상향적 존재로 포괄된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삶이 겪어내는 일련의 사건들은 개인의 삶을 일궈내고 또 한 시대를 엮어나간다.

일상적이면서도 특별한 공간인 집의 물리적 의미나 사회적 정의 등을 뒤로하고, 작가는 ‘집’이라는 존재가 담아가는 삶의 무한한 서사를 하나하나 풀어낸다.

작가 개인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공유되는 이야기들을 그림에 담아낸다. 마음이 지어가는 이야기들을 집을 짓듯이 화폭에 하나하나 지어가는 것이다.

대표작인 ‘안식 2201’, ‘숲을 보듯이’ 연작, ‘겨울밤’, ‘이상한 게 아니고 특별한 거야’ 등 작품들에서는 작가의 ‘집’에 대한 이러한 해석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단순화된 작은 집의 형상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실제로 손가락 한 마디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집들이 촘촘하게 쌓이고 쌓여 한 작품으로 완성됐다.

작은 집들이 빚어낸 그림을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면 또 다른 이미지가 중첩된다. 집의 형상 위로 나타나는 이미지는 작품의 큰 서사를 끌어낸다.

어머니의 자궁 같기도, 요람의 형상과도 같은 둥그런 모양은 작품의 제목인 ‘안식’의 의미를 배가시킨다.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연작으로 그린 ‘숲을 보듯이’ 세 작품은 서로 중첩된다. 작은 산맥들이 굽이치는 형상으로 연결지점을 만들어내며 더 큰 이야기를 품었다.

또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는 가운데 하나만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이상한 게 아니고 특별한 거야’ 작품은 저마다의 다름을 상징적으로 해석해냈다.

이렇듯 작가의 집 그림들은 작지만 큰 세계를 보여준다. 여기에 작가만의 포근하고 다채로운 색채들이 녹아들었다. 화려한 듯하지만 절제된 색과 함께 단순하고도 다양한 형상들로 표현된 ‘집’들은 우리들에게 삶의 단면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고 작가는 “집에 대한 나의 사색은 유년 시절부터 시작됐다. ‘집’이라는 공간이 가진 개념은 시공간을 초월해 정신의 깊은 고뇌를 만들어내는 특이점이 있다. 사람마다 집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각양각색일 것이다. 평안, 쉼, 즐거움, 행복과 같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불안, 공포, 외로움, 슬픔 등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복잡다단한 감정들은 어린 시절 내 삶의 주변을 내내 맴돌았다”면서 “집을 그리는 시간은 내 삶을 지어가는 시간이었다. 나의 집들이 모두에게 평온한 안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희영 예술공간집 대표는 “화폭을 가득 메운 수많은 집들은 다시금 ‘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며 “‘집’이라는 작은 존재들의 안온함을 한껏 느끼며 ‘집’에 깃든 삶의 숱한 이야기들을 만나고, 또 모두의 ‘나’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고차분 작가는 지난해 전남문화재단과 서울옥션이 함께 한 ‘제로베이스 in 전남’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국내 미술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역에서 2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자 다섯 번째 개인전으로, 올 한해 동안 작가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