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화의 '5월이야기']디지털 아카이브로 기록 메카가 돼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2022년 12월 15일(목) 19:34

우리는 왜 기록을 하며 기록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기록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정도로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다. 기록의 유무가 훗날 국가를 강하게도 또는 약하게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이 그처럼 중요한 만큼 더불어 기록관리의 철학을 고찰해보는 것 역시 필요불가결한 일이다. 기록관리의 철학은 기록의 방향을 짚고 내용을 더욱 튼실하게 할 기초작업에 해당한다. 최근 전 세계적인 기록 동향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기록의 형식과 방향이 무엇인지를 보고 가장 효과적이고 필요한 방식을 수용하는 일이 필요해서다. 그렇게 해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소중한 기록자산을 더욱 가치있게 보존할 수 있다고 보았다.

무엇보다 기록은 과거를 잊지 않고 보존하고 배우며, 현재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기록은 문서 사진 동영상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형식으로 제공되며 이러한 자원을 바로 아카이브라고 한다. 국제기록관리협의회(ICA : International Council on Archives)는 아카이브를 확실성, 신뢰성, 무결성, 가용성 등 4가지 특성으로 규정짓는다. 즉, 기록이 작성된 시점이 확실해야 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접근 가능하고 사용 가능한 상태여야 함을 밝히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기록 동향을 살펴본 결과, 기록 형식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록물 보전 측면에서 기존 종이 기반의 환경에서(paper-based environment) 전자화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였다. 이는 어느 나라라 할 것 없이 전 세계적으로 공통되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환경으로의 급격한 변화 때문에 기록관리에서도 그에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게 됐다. 새로운 기록관리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우리의 유산을 디지털로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특히 기존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시청각 자료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가 시급한 사항으로 떠오른다.

유네스코(UNESCO)는 2005년 프랑스 파리 총회에서 10월27일을 ‘세계 시청각 유산의 날’(WDAH)로 선언한 바 있다. WDAH(the World Day for Audiovisual Heritage)는 인류 모두의 공유 유산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취해진 행보였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유네스코가 시청각 자료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인정한 조처이기도 하다. 세계 시청각 유산의 날은 시청각 보존 전문가들과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의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것이다. 시청각 자료가 쉽게 훼손될 수 있고 보전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자료의 취약성을 강화하고 미래의 가용성을 보장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그 변화의 촉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그 흐름에 부응해가고 있다. 5·18 관련 소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법을 도모하고 있는 중이다. 그 날의 생생한 녹음파일과 영상 등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전환하는 것은 시급히 서둘러야 할 일이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자손만대에까지 남겨 민주 인권 평화의 정신이 오래도록 구현되게 하기 위한 기초작업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아카이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정비하고 부족한 점은 없는 지 꼼꼼히 살피겠다. 이러한 새로운 디지털 출발이 5·18 그 날이 영원히 기억되도록 하는데 물꼬 역할을 하였으면 한다. 5·18 기록이 단순 보존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들과 미래의 후손들에게 배움과 지혜를 주고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우리가 자랑해마지 않는 소중한 자산, 5·18민주화운동을 담아낸 기록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