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광주시·의회 예산전쟁

2022년 12월 15일(목) 19:34

광주광역시 내년도 예산 심사가 마무리됐다. 증액 없이 감액만 이뤄졌는데, 처음 있는 일이다. 편성권을 쥔 광주시와 심의권을 가진 의회가 정면충돌한 결과로 시민들에게 온전히 피해가 돌아가게 됐다.

더욱 이해 못하는 바는 책임 전가식 태도다. 강기정 시장은 본회의 발언에서 “의회가 요구한 예산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집행부가 충분히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풀이식 삭감을 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시의회는 입장문에서 “무려 6일 밤낮을 자기 예산만 고집하다가 의회가 지방자치법에 따라 원칙대로 의결하자 분노에 찬 독설로 비난했다”고 맞받았다. 정무창 의장은 “상임위 심사 때 집행부 간부 공무원들이 동의하고 합의한 사업들이 예결위 심사에서 부동의로 뒤집혀 타협과 조정이 이뤄지지 못한 부분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의회는 애초 지난 12일 마치려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 조정을 13일 밤까지 이어가면서 마라톤 협상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 의회는 7조1천102억원 규모 예산안을 의결했다. 시의회의 자치구 도로 개설 등 민원 사업이 증액되지 않았고, 광주시의 5·18구묘역 성역화, 공공자전거 타랑께, 창업패키지 예산 등이 대폭 삭감됐다.

강 시장이 취임 후 이른바 시의회 쪽지, 민원성 편성 관행을 고치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지만 치유하기 힘든 상처만 남았다. 무엇보다 주민 요구에 따른 필수 사업이 누락되지 않았나 걱정이 앞선다. 양측은 상호 존중이나 이해, 소통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앞으로 내년 4월께 추경안을 통해 부활할 여지도 있다. 강 시장은 낮은 자세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겠다.

경제 전망이 어둡다. 서민이나 사회 취약자들에게는 더 가혹할 것이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특히 어려움이 커지는 민생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위기를 잘 관리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해서 광주시와 의회의 대립은 빨리 끝내야 한다. 즉각적인 관계 개선에 나서주길 바란다.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이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