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2천억 삭감…광주시 현안사업 ‘빨간불’ 가뭄 극복·가로등 교체 빠져 시민 불편 예상 청년 창업 등 姜시장 공약 다수 난항 불가피 姜시장 “향후 쪽지예산 없을것” 의회 정조준 박선강 기자

2022년 12월 15일(목) 20:00

강기정 광주시장이 15일 오후 시청 중회의실에서 간부회의를 주재하며 2023년도 예산안 의결 등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광주시의회가 내년 광주시 예산 2천억원을 무더기 삭감하면서 광주시의 주요 현안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뭄 극복 문제, 청년 창업, 가로등 교체 등 주요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됐다.

15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전날 시의회는 제312회 광주시의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열어 2023년 광주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 7조1천102억원을 통과시켰다.

당초 광주시는 올해 예산보다 2천441억원(3.5%) 증액된 7조2천535억원을 시의회에 제출했는데 세출에서 일반회계 180건 총 2천89억원이 무더기 삭감됐다. 반면, 증액 예산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강기정 시장은 “예산 심의권 남용”이라며 발끈하고 나섰고, 정무창 의장은 “예산 삭감은 쪽지 예산 요구나 반영 여부 때문이 아닌, 광주시의 책임”이라고 맞받아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삭감된 주요 사업을 살펴 보면 가뭄 피해에 대비하기 위한 황룡강 취수와 물차 임대 비용 190억원, 생수 구입비 50억원 등 240억원이 사라졌다. 내년 3월 제한급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 불편을 예고하고 있다.

노후 가로등 교체 사업의 경우 사업비 16억원 중 15억5천만원이 삭감되고 5천만원만 남았다. 살아남은 5천만원도 시가 사업을 직접 하는 것보다 BTL(민간투자 공공공사) 방식 등 다른 방법이 있을지 검토해 달라는 타당성 조사 용역 비용이어서 내년 추가경정예산 전까지는 대체 예산이 없는 실정이다. 당장 가로등이 고장 나도 교체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삭감 예산에는 강기정 시장의 공약 사업도 다수 포함돼 있다.

광주시는 시의회 상임위에서 삭감된 청년 창업 페스티벌 5억원과 지역 유니콘 육성 프로그램 10억원, 창업 테스트베드 실증 지원 30억원 등 45억원을 예결위에서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뷰티 관련 예산 9억9천만원도 전액 삭감됐으며 노후 5·18 구묘역을 새롭게 단장하기 위한 5·18구묘역 성역화사업 예산 3억9천만원도 날아갔다.

시의회 역시 광주시에 109건에 달하는 증액 예산을 요구했지만 협상에 실패하면서 예산 반영을 하지 못했다.

예결위 심의 단계에서 시의원들이 증액 요청한 사업은 자치구 민원성 도로 개설 사업 8건을 포함해 모두 109건으로 이 가운데 시와 시의회 예결위 협의 단계에서 30건은 검토제외, 1건은 의회 포기로 총 31건은 증액하지 않기로 했다. 나머지 78건 중 70건은 증액을 동의했다.

하지만 나머지 8건인 ▲자율방범대 운영활동 지원 ▲민주평통광주지역 회의 사업지원 ▲아시아광주진료소지원 ▲백범기념관 운영 ▲경로당 프로그램 특화사업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우수사례 발표대회 ▲경로당 기능보강 ▲장애인 역량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해 시는 중복 또는 유사 사업인 데다, 민원성으로 판단해 증액에 동의하지 않았다.

반대로 광주시는 시의회 예결위에 꼭 부활해야 할 예산으로 20건의 사업을 요청했고, 시의회는 사업 모두를 수용하기 어려워 일부만 선택하라고 하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이 때문에 시의회에서 요청한 증액 사업 역시 당초 동의한 사업까지 포함해 모두 없던 일이 됐다.

강기정 시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도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또 다시 유감을 표명했다.

강 시장은 “시의회에서 2023년 예산안이 의결됐다. 공직자 여러분이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예산실과 협의하고, 심의 과정에서는 의회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입이 닳도록 읍소했을 과정이 눈에 선하다”며 “우선 시장으로서 예산안을 의욕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실·국에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미안하다”고 밝혔다.

이어 강 시장은 “심의와 의결 과정에서 옳지 못했던 점을 느꼈고, 그 점은 심히 유감스럽고 아쉽다”며 “2024년도 예산부턴 결코 쪽지 예산이라든지, 우선순위 심의 없는 예산이 편성돼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시의회를 정조준했다.

특히 강 시장은 “의회에서 증액이 없었다는 점을 말하며 쪽지 예산은 없었다고 당당히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컸다”며 “2024년 예산은 내년 초부터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새롭게 짜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박선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