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무신호 횡단보도 일시정지’ 처음 들어요” 도로교통법 개정 6개월 광주지역 단속 0건 479곳 설치…경찰, 홍보 강화 후 단속 확대 김현지 수습기자

2022년 12월 15일(목) 20:00

‘어린이 교통사고 제로화’ 15일 오전 광주교육정보원 대강당에서 열린 ‘어린이 교통사고 제로화 촉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안전속도준수, 스쿨존 주정차금지 등 보행권 중심의 교통안전확보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김애리 기자

“우회전이 아닌데도 일시정지를 해야 하나요? 정말 몰랐습니다.”

올해 7월12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인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의 경우 보행자 통행여부와 관계없이 일시정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이곳을 통행하는 운전자들 대다수가 이를 외면하면서 지역민들로부터 눈총을 사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8시30분 광주 서구 서광초등학교 교문 앞 횡단보도.

일부 운전자의 경우 교통봉사에 나선 학부모의 수신호에 따라 멈추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다수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서행으로 그냥 지나치기를 반복했다.

문제는 상당수 운전자들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도 일시정지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출퇴근 시 이곳을 통행한다는 운전자 김모(43)씨는 “우회전하는 경우에 일시정지 후 지나가는 건 알고 있지만, 이런 길(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은 서행하며 지나가면 괜찮은 줄 알았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13일 오전 8시30분 광주 서구 풍암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출근 시간 탓에 수많은 차량들이 도로에 즐비했지만, 대다수가 이곳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 없이 바쁘게 지나갔다.

때문에 많은 행인들이 한참을 기다려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한 행인은 멈추지 않는 차 옆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는 등 아찔한 광경까지 목격됐다.

이 광경을 지켜본 주민 이모(45)씨는 “이 동네에 거주하는 운전자들은 여기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조심히 운행한다”며 “하지만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등 위험한 경우도 있어 이곳 지리가 익숙하지 못한 운전자들은 항상 교통사고 위험성이 감지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씨는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다”며 “많은 사람이 알기 위해서는 더 홍보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인근에서 교통봉사에 나선 학부모 곽모(41)씨는 “등하굣길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로도 우리 아이들이 통행하는 바람에 항상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지자체 등에서 많은 홍보를 통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도로교통법은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미흡한 홍보로 운전자들이 개정 내용조차 알지 못해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날 기준 광주시 어린이 보호구역 내 전체 횡단보도 985개 중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는 479개로 절반에 육박하지만, 개정된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난 단속 건수는 0건으로 제도 홍보와 이행을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현재는 법이 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운전자들의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와 계도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단속지침 등에 따라 단속을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도로교통법 제27조 7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 내 일시정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운전자는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김현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