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 이현
2022년 12월 22일(목) 18:52
이현 아동문학가
“나는 왜?”

어쩌다, 간호학을 공부하게 되었을 때 참 많이 힘들었다. 한 번도 꿈꿔보지 않았던 간호사의 길은 낯설음과 어둠의 길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뒤돌아보며 오던 길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왜 간호사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의문이 들었고, 그 답을 찾고 싶어 최선을 다했다.


“뭐라고?”

대학을 졸업하고 첫 번째 직장으로 작은 사슴 섬, ‘소록도’를 선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간호사의 길을 걷게 된 이유를 찾고 싶어 선택한 길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광주에서 고흥까지 버스에 몸을 싣고 구불구불 길을 지나, 녹동에서 배를 타고 도착한 소록도는 햇살을 머금은 바람 같았다. 가족들은 물론, 지인들의 반대가 심했던 만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선택한 길이었지만, 자꾸만 흔들렸다. 안개 낀 바닷가를 걸으며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을 쏟아냈고 다시금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세상을 보는 눈과 깨달음을 위한 진리의 길이었다.


“이게 뭐지?”

요리라 할 것도 없는 음식하나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묵은 김치 한 포기 쓱쓱 썰어 냄비에 담고, 이것 저것 넣다 보면 행방이 모호하다. 양파를 기본으로 몸에 좋다는 버섯에 새우도 한두 마리, 눈에 띄는 것마다 하나 둘 넣다 보면 찌개도 아니고 국도 아닌 국적 불명 음식이 되고 만다. 차마 버릴 수는 없어, 한 입 꿀꺽이지만 후회막급이다.


“만약에 그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때도 마찬가지다. 만약에 그때 다른 길을 선택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지만 고개를 흔들게 된다. 이미 걸어온 길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 선택에 정답은 없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선택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날지, 5분만 더 누웠다 일어날지. 립스틱을 바를지 안 바를지, 머플러를 할지 안 할지, 밥을 먹을지 안 먹을지, 지인에게 안부 전화를 할지 안 할지…. 조금만 방심했다간, 딴 길로 들어서기 일쑤다. 순간의 감정, 의미와 가치, 배려 등 기분에 따라 다르게 선택 되는 만큼 고민하며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오랜 망설임만이 답은 아니다.

개인의 주체와 존엄을 주장했던 철학자 양주의 ‘다기망양’(多岐亡羊)처럼, 생각이 많으면 많을수록 처음 마음과 전혀 다른 선택, 전혀 다른 길이 될 수도 있음이다. 울타리를 넘어 달아난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며 찾아 나섰지만, 너무 많은 갈림길 때문에 찾을 수가 없었던 것처럼, 너무 많은 생각과 망설임은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2023년, 계묘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또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 걸까. 무엇을 택하고, 무엇을 버리며 걸어가야 하는 걸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선택할 수 없지만, 가야 할 길만큼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에, 결과 또한 우리의 몫이다. 한 걸음 걷다보면 꽃길도 있고, 또 한 걸음 걷다보면 자갈길도 있고 진흙탕 길도 있을 것이다. 좁은 길과 넓은 길, 곧은길과 굽은 길도 있을 것이다. 뭔가 좀 쉬워 보이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고, 맘껏 욕심내어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순간, 컴컴한 터널 속에 갇혀 옴짝달싹, 길을 잃고 방황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이 세상 모든 갈림길을 하나하나 모조리 선택해 나아갈 수는 없기에, 내 안의 나를 믿으며, 오늘도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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