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은 참사·비극·비보…아물지 않는 상처 남겼다 ●2022년 광주·전남 10대 뉴스-暗(6-10) 안재영 기자 |
| 2022년 12월 22일(목) 1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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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학동 참사의 상흔이 아물기도 전에 올해 초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지역민에게 또다시 생채기를 남겼다.
지난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사고로 6명의 현장 근로자가 실종됐다. 이들은 29일간의 수색 끝에 주검으로 수습됐다.
조사 결과 참사는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붕괴 원인으론 ▲구조 진단 없이 설비(PIT)층 데크플레이트(요철 받침판) 공법 임의 변경 ▲최상층 아래 3개 층(PIT·38·37층) 동바리(지지대) 설치 없이 타설 강행에 따른 슬래브 설계 하중초과 ▲콘크리트 품질·양생 관리 부실 등이 지목됐다.
이에 경찰은 11개월간의 수사 끝에 17명과 법인 4곳을 업무상과실치사·치상, 주택법·건축법 위반 혐의로 검찰 송치했다. 현산과 현장 감리, 하청업체 등이 부실 공사를 진행했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재판에 넘겨진 붕괴 사고 관련자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며 공방을 벌이고 있고, 서울시의 행정처분도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어 책임자 처벌까진 요원한 상태다.
7. 생활고 겪던 일가족 주검 발견
여행을 떠난 일가족이 시신으로 발견되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지난 6월29일 완도 송곡항 인근에선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활동을 떠났던 조유나(10)양과 부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시신에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조양과 어머니에게선 수면제 성분의 약물이 검출됐다. 또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경찰은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 사건으로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한 학생에 대한 안전관리 방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교에서 해당 학생의 안전 및 건강을 확인할 법적·행정적 근거가 없어서다.
이에 교육부는 강화된 체험학습 학생관리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교외체험학습이 이 사건의 원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경찰 조사에서 조 양 부모가 채무와 가상화폐 투자실패 등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밝혀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파산 및 개인회생제도의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어린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이라는 악습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게 일었다.
8. 성적 지상주의·엇나간 욕망 범죄로
더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 도덕성마저 저버린 학생들의 일탈은 지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전과목 시험 자료를 빼내려고 한 광주 대동고등학교 2학년 학생 A·B군은 지난 1월 범행을 공모, 3월 중순 야간을 틈타 학교에 최초 침입했다.
당시 교내 방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이들은 기말고사 직전까지 총 13-14차례에 걸쳐 교무실을 들락거렸다.
범행 초기 학생들은 교사 노트북에 설치된 백신 프로그램을 삭제한 뒤 원격으로 화면을 캡처, 전송하는 방식으로 시험 자료를 빼내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직접 빼돌리는 걸로 범행 수법을 바꿨다.
그렇게 이들은 중간고사에선 한국사·지구과학·영어 등 3과목과 기말고사 영어 1과목을 제외한 전 과목 답안을 확보했다. 그러나 기말고사 시험 직후 한 학생이 쪽지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수상히 여긴 동급생들에 의해 이들의 범행은 덜미가 잡혔다.
성적 지상주의에서 비롯된 엇나간 욕망이 범죄로 이어진 이번 사건은 학교 측의 보안과 관리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 학교 측과 시교육청은 교직원을 대상으로 보안 강화 연수와 학생들에 대한 인성 교육 강화 등 원론적인 재발방지책을 내놨다.
9. 이태원 참사 광주·전남 10명 희생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지역민을 또 한 번 슬픔에 빠지게 했다. 참사로 광주·전남 지역민과 연고자 10명이 사망해 지역민들은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이번 참사 역시 인재(人災)라는 목소리가 높다. 상당한 인원이 모일 거라 예견됐음에도 대응이 부실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참사 발생 전 위급 상황을 알리는 신고가 11차례 경찰에 접수됐지만, 현장 인파 통제는 소극적으로 이뤄져 결국 끔찍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비판도 적잖다.
유가족들은 최소한의 안전 대책조차 수립하지 않은 행정 당국과 관계 기관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참사를 두고 때 아닌 ‘정쟁’을 펼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첫 현장조사도 출범 약 한 달 만인 지난 21일 진행돼 원성을 샀다.
10. 제한급수 현실화…물 절약 실천 절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 탓에 제한급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가뭄 피해가 극심한 완도군 12개 읍·면 중 금일읍, 노화읍, 소안면, 보길면 등 4개 읍·면 5개 섬 지역에선 제한급수가 이미 시행됐다.
광주시도 물 사용량이 큰 폭으로 줄지 않으면 당장 내년 3월부터 제한급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실효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격일제 급수로 특정 시간 동안 단수조치다.
그러나 내년 1월 절수율이 20%까지 도달하면 7월 장마 전까지 제한급수를 시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때문에 시는 가뭄 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 동참 운동과 더불어 수도요금 감면 카드 등을 꺼내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남도도 제한 급수가 도내 전역으로 시행될 우려가 커짐에 따라 도민 캠페인 전개, 대체수원 확보 및 수도요금 감면 추진 등 가뭄 극복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경우 ‘물 확보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돼 시·도민의 물 절약 실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