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484) 한결 같이 공경하면 기효를 얻을 수 있으려나 |
| 2022년 12월 27일(화) 19: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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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영지 찾아도 보이지 않아
황황하여 무엇을 잃은 듯도 한데
이왕에 밖에서 구하나 공경하면 얻으리.
覓芝芝不見 遑遑如有失
멱지지부견 황황여유실
何必求諸外 一敬奇效實
하필구제외 일경기효실
이 작품을 읽고 있노라니 조선 중기 박인로가 쓴 ‘산지령’(産芝嶺)이란 시조 한 수가 생각난다. ‘산지령 올라오니 일신이 향기롭다 / 사호(四皓) 상산(商山)도 이 지령(芝嶺) 아니던가 / 산로(山路)에 구름이 깊으니 아무덴들 모르노라’고 했다. 시에서 보인 ‘사호상산’은 한나라 때에, 네 명의 선비들이 불사이군이라 하고 벼슬을 마다하고 은거했던 곳이다. ‘아무리 지초를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 황황하여 무엇을 잃은 듯이 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한결 같이 공경하면 기효를 얻을 수 있으려나’(産芝嶺)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1554-1637)으로 조선 중기의 철학자다. 류성룡 등의 천거로 여러 차례 내외의 관직을 받았으나, 1602년(선조 35) 공조좌랑으로 부임해 정부의 주역 교정사업에 참여하고 이듬해 잠깐 의성현령으로 부임한 것 외에는 모두 사양하고, 오직 이기철학에만 몰두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아무리 지초를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 황황하여 무엇을 잃은 듯이 했네 // 하필이면 밖에서 구할 것이 있겠나 / 한결 같이 공경하면 기효를 얻을 수 있으랴나’이라는 한 덩어리 시상이다.
위 시제는 ‘산지령을 보면서’로 번역된다. 산지령은 입암 28경의 중의 하나로, 글자 그대로 지초(芝草)가 많이 생산되는 ‘영마루’라는 뜻이란다. 시인과 같은 시대의 인물이면서 여헌을 찾아 자주 이곳을 드나들던 당대의 문장가 노계 박인로가 이곳에서 입암28경을 찬양하는 입암29곡’(立巖二十九曲)이란 시조와 ‘입암별곡’(立巖別曲)이란 가사를 남겼다. 또 근래에는 소설가 김원일이 이곳을 무대로 장편 ‘바람과 강’(1985)을 쓰기도 했던 곳으로 알려진다.
시인은 이미 이런 고사의 깊은 뜻에 관심을 갖고 지초를 찾기에 깊은 관심을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 시낭을 만지고 있음을 본다. 아무리 지초를 찾아도 보이지 않기에, 황황하여 무엇을 잃은 듯이 했었다고 했다. 지초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찾았다는 시적인 구성이다.
화자는 산지령에 올라 이것을 구하려는 뜻을 접고 내적內的 자기의 생활 주위에서 찾아보려는 시상을 떠올린다. 하필이면 왜 내가 밖에서 이것을 구하려고 했겠는가를 묻고, 한결같이 공경을 제일로 삼으면 기효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 쪽으로 시선을 되돌려 버리는 시상 앞에 서본다.
※한자와 어구
覓芝: (산지령에 와서) 지초를 찾다. 芝不見: 지초가 보이지 않았다. 遑遑: 황황하다. 허둥지둥 매우 급하게. 如有失: 무엇을 잃은 듯하다. // 何必: 어찌하여 하필이면. 求諸外: 밖에서 구하다. 一敬: 한결 같이 공경하다. 奇效實: 기효를 얻을 수 있으리라. 곧 기효를 채우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