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레지던시 결과전 ‘지구 생존 가이드 : 포스트휴먼 2022’展 내년 2월5일까지…인간 그 너머의 세상을 마주하다 입주작가 18팀 인류세 시대, 현대인에 질문 던져 실험작 20여점 통해 윤리적 성찰·실천적 방안 모색 최명진 기자

2022년 12월 27일(화) 19:06

관객의 뇌파에 의해 신체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퍼포밍 수트’ 퍼포먼스 공간

사람 키보다 높은 커다란 화면 위에 글귀가 한 줄, 두 줄 모습을 드러낸다. 광주의 실제 거리를 다니면서 혹은 가상 지도를 이용해 얻은 광주 각 지역의 역사, 지리, 문화 등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시 한 편이 완성된다.

시를 쓰는 인공지능 ‘시아(SIA)’와 함께 하는 관객참여형 프로젝트 ‘시간(詩間)여행’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작곡하는 등 그동안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만 생각했던 창작 분야에서까지 인공지능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인간과 비인간 주체들이 공존하는 시대, 윤리를 모색하고 새로운 교감을 시도하며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지구 생존 가이드 : 포스트 휴먼 2022’가 내년 2월5일까지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1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이번 전시는 올해 ACC 입주작가 레지던시 참여자가 ACC의 도움을 받아 창·제작한 예술 실험 결과를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 제목은 도나 해러웨이의 ‘지구 생존 가이드’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차용한 것으로,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맞은 인류세 시대,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인간과 기계, 비인간 주체들 간의 공존과 연대를 꿈꾸는 포스트휴먼의 윤리적 성찰과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는 입주작가 18팀의 작품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인간과 동물, 기계의 결합, 그 경계는 무엇인지’,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정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와 같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세상의 생명과 함께 공존하는 ‘포스트 휴머니즘’에 관한 각자의 상상을 펼쳐낸다.

전시장은 각 작품이 갖는 복합적 의미와 무수한 관계성을 재해석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구성했다.

또 온난화가 계속되면 지구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관객이 중앙 작품을 내려다볼 수 있는 비계발판 통로를 연출하는 등 전시 주제에 맞는 관람 동선을 설정했다.

이밖에도 관객의 뇌파에 의해 신체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퍼포밍 수트’, 자연적 요소와 인공적 매체를 서로 엮어 인공자연으로 구현한 ‘공존, 물질과 감각’, 물의 오염 상황에 따라 현재 인간과 자연이 처한 위기를 보여주는 ‘물처럼 살기’ 등 작품들은 포스트휴먼의 앞으로의 실천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이강현 전당장은 “이번 전시는 완결된 작업이 아닌 ‘방식’ 자체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고민하는 작업들을 선보이는 자리다”며 “미래 예술을 향한 갈망과 고정된 예술 언어에 저항하는 실험적 작품에서 새로운 예술미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물의 오염 상황에 따라 현재 인간과 자연이 처한 위기를 보여주는 작품 ‘물처럼 살기’

자연적 요소와 인공적 매체를 서로 엮어 인공자연으로 구현한 ‘공존, 물질과 감각’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