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차량 인도 점령…보행자 ‘이중고’ 인도 위 불법주정차 해마다 2천여건↑…눈도 쌓여 통행 큰 불편 권익위 행정조치 대책 마련 권고…자치구 “시민 인식 제고 필요” 주성학 수습기자

2022년 12월 27일(화) 19:54

27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리치네스 빌딩 앞 빙판길과 인도에 주차된 두 차량 사이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주성학 수습기자

“인도 위 잔설 때문에 안 그래도 통행이 힘든데,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도대체 어디로 걸어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27일 오전 9시께 북구 용봉동 상가 밀집구역. 인근 인도 위는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이 빼곡했고, 시민들은 차량 사이사이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특히 인도 위에는 제설작업 후 남은 잔설로 시민들은 좁고 미끄러운 통로를 지나가지 못해 차도로 돌아서 걷는 모습도 연출됐다.

장모(33)씨는 “안그래도 미끄러운 빙판길이라서 조심해서 걸어다니는데, 차량이 길 한가운데를 막고 있어 인도인지 차도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면서 “이곳은 평소에도 인도 위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근에 살고 있는 김모(65)씨는 “눈이라도 없으면 피해가면 되는데 차량이 주차돼 있어 결국 잔설이 쌓여있는 곳으로 걸어야해서 신발이 젖었다”면서 “차 때문에 사람이 불편을 겪어야 하는게 말이되는 상황이냐”고 분개했다.

이 날 10시께 찾은 서구 상무번영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상가가 줄이어 있는 이곳 인도 위는 심지어 차량이 두줄로 주차돼 있었다.

시민들은 인도 위 주차된 차량을 쳐다보고 지나가기도 했다.

상가가 많은 지역의 특성상 상가 앞 늘상 불법주정차가 만연해 사고가 날 뻔했다고 토로하는 시민도 있었다.

인근 주민 김모(60대·여)씨는 “평소 병원을 가려고 이 길을 자주 지나다니는데 하루는 갑자기 차량이 인도로 들어와서 그대로 사고 나는 줄 알고 가슴이 철렁한 적도 있다”며 “알고 보니 가게 앞에 주차를 하려고 들어왔던 것”이라고 당황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통행자가 이렇게 많은 인도에 차량이 마구잡이로 들어와 차도를 방불케 한다”며 “단속은 대체 언제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 쉬었다.

이처럼 상가밀집지역 인근 인도는 불법 주정차된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최근 폭설로 인한 잔설이 곳곳에 쌓인 상태에서 시민들이 차량과 눈을 피해 보도 위를 위태롭게 통행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실제 광주시 4개 자치구(동·서·남·북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인도 위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해마다 2천여 건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4천134건이었던 단속 건수는 2021년 6천711건, 올해(1-11월)는 8천118건으로 상승했다.

광산구도 인도 위와 횡단보도 불법주정차를 통합해 2020년 7천383건, 2021년 1만3천957건, 2022년(1-11월) 1만8천214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도로교통법 제32조(정차 및 주차의 금지)1항에 의하면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도에 차량을 정차하거나 주차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에 무색하게 버젓이 인도 위에 주차하는 운전자가 늘고 있는 것.

국민권익위원회는 사유지라는 명분으로 인도 위 불법주정차가 만연하고 이로인한 보행자들의 민원이 속출하자 관계부처와 지자체에 내년 2월까지 행정조치 대책 근거를 권고한 상태다.

이에 관련해 관할 지자체는 주기적으로 인도 위 불법주정차를 단속하고 있지만 시민의 인식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상시단속과 신고가 들어오는데로 곧바로 출동해 현장 단속을 실시하고 있지만 자동차 매장이나 상가 앞의 경우 상인들과 마찰이 일기도 한다”면서 “인도 위 주정차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성학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