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그친지가 언젠데”…얼어붙은 도로에 시민 ‘분통’ ●이면도로·골목길 곳곳 ‘위험천만’ 빙판길 도로 옆 방치된 눈·더딘 제설 작업 속도 원성 지자체 “현실적인 어려움 커”…시민 참여 호소 안재영 기자

2022년 12월 28일(수) 19:55

최근 폭설로 광주 도심 이면도로·골목길 등이 빙판길로 변해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28일 오전 광주 북구 우치로 347번길./안재영 기자

“여기가 도로지 눈썰매장인가요? 이럴 거면 세금은 왜 낸담.”

폭설이 그친 지 수일이 지났지만, 제 때 치워지지 않은 눈 탓에 광주시내 이면도로·골목길·보행로 등이 빙판길로 변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지자체는 인력과 장비 등 현실적인 이유로 즉각적이고 전방위적인 제설 작업은 어렵다는 입장이라 시민들의 불편은 날이 갈수록 가중될 전망이다.

28일 오전 찾은 광주 북구 서산초등학교 인근 우치로 257번길은 내리막길을 따라 쌓인 눈이 얼고 녹기를 반복해 ‘눈썰매장’과 다름없었다.

이 탓에 운전자들이 조심스레 서행해도 얼음과 눈에 바퀴가 빠지는 일은 불가항력이었다. 순간순간 바퀴가 헛돌아 통행하는 다른 차량과 충돌할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도 더러 포착됐다.

도로와 맞닿아 있는 보행로도 치워진 눈이 수북이 쌓여 통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때문에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이곳을 지나가기 위해선 위험천만한 빙판길로 다녀야만 했다.

이같은 위험지대는 광주시내 곳곳에서 포착됐다.

광주 서구 화정동 23-22 일대의 내리막 빙판길도 어떠한 안전 조치도 없어 시민들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위를 걷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야만 했다.

광주 남구 천변좌로 338번길도 광주공원 입구까지 군데군데가 얼어있는 등 제설 상태가 미흡한 곳이 지천이었다.

이를 보며 시민들은 행정 당국이 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민 박모(52)씨는 “도로 상태가 이런데 이럴 거면 세금을 왜 내는지 모르겠다”며 “위험천만한 빙판길이 이렇게나 많은데 사고가 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이어 박씨는 “기록적인 폭설 탓에 사전 대비가 미흡했던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눈이 그친지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도로 상태가 계속 이 모양인걸 보니 지자체가 제설에 대한 의지가 있는 건지 의문”이라며 “말로만 한다고 하지 말고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중장비와 인력을 대거 동원해 제설 작업에 나섰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시민들의 이러한 불편함은 민원 건수에서도 엿보인다.

28일 광주시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전날까지 제설 관련 민원은 총 1천99건 접수됐다. 집계되지 않은 유선상의 민원을 더하면 실제 접수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지자체는 중장비와 제설제 등을 투입하며 제설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각 자치구들은 ▲동구(제설장비 21대) ▲서구(자체제설장비 4대·굴삭기 27대) ▲남구(굴삭기 4대·5t 트럭 1대·1t 트럭 2대) ▲북구(굴삭기 6대·덤프 28대·로더 3대) ▲광산구(굴삭기 42대·덤프 1대) 등을 가용했다.

그럼에도 불구, 관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제설 작업을 일시에 진행하기란 인력·예산·장비·업무적 어려움이 있다는 게 자치구 관계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골목길이나 이면도로 같은 경우 도로의 폭이 좁고 불법 주정차가 많아 장비 투입이 제한된다”며 “그런 곳은 수작업으로 제설이 진행되다 보니 속도가 더딘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규정상 도로의 눈은 치운 뒤 한 쪽으로 쌓아두게 돼 있다”며 “매립하려 해도 둘 곳이 마땅치 않고 재활용도 어려워 그렇게 치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가용한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제설 작업을 하고 있지만 해야 할 곳이 너무 많다 보니 한계가 있다”며 “행정 당국의 노력만큼 주민들 역시 내 집 앞과 거리 눈 치우기에 동참해주셨으면 한다”고 부연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