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작가 6人이 펼쳐내는 내면 속 이야기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展…내년 3월19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강운·김유섭·박은수·이승하·서정민·정광희 작가 개인·시대·미래에 대한 풍경 담은 40여 작품 선봬 최명진 기자

2022년 12월 29일(목) 19:03

광주시립미술관은 내년 3월19일까지 본관 제 5,6 전시실에서 2022 중진작가초대전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을 개최한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김유섭作 ‘인류세’, 강운作 ‘마음산책’ 시리즈, 박은수作 ‘삶의 표정, 아우라’.

‘외형, 그 너머의 풍경을 들여다보다.’

광주시립미술관은 내년 3월19일까지 본관 제 5,6 전시실에서 2022 중진작가초대전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중진 작가 강운, 김유섭, 박은수, 이승하, 서정민, 정광희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선보이는 여섯 작가의 근작들은 비재현적인 형식뿐만 아니라 각자의 창조성을 바탕으로 내면의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김유섭 작품 ‘빛의 존재’는 검은색에 가려 보이지 않던 화려한 원색들을 통해 회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문제점과 미래에 대한 예견을 담은 작품 ‘인류세’는 새로운 시대를 생각해보게 한다.

박은수 작품은 기하학 형상과 작가만의 색을 입힌 종이 부조 조각들로 이뤄진 도시 풍경화다. 작가는 캔버스 위 분해한 폐신문지를 얇게 쌓고 요철을 만들어 원하는 조형이 될 때까지 깎아내는 일련의 작업을 반복한다. 작품 ‘삶의 표정, 아우라’는 개인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 아우라를 나타내고 있다.

이승하는 실재하는 비정형 이미지를 사진과 영상에 담아 의식과 무의식, 생성과 소멸의 경계를 이야기한다. ‘무제의 공간’ 시리즈는 먹물이 섞이는 과정을 포착한 두 편의 영상이다. 시간·공간·환경에 따라 다르게 변하는 먹물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상을 통해 낯섦을,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과정을 보면서 무의식에 도달한 것 같은 신비함을 경험한다.

강운은 구름, 마음 등의 변화를 관찰해 화면에 담는다. ‘마음산책’ 시리즈 작품은 개인의 상처 그리고 5·18, 코로나19 등 시대의 큰 사건에서 세대가 겪어야 했던 상처와 이것들의 치유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이 작품은 작가가 오랜 시간 실천했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전하고 있어 작품과 관객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한다.

정광희는 독특한 시선으로 수묵 추상 작업을 한다. ‘자성의 길’은 한지 조각, 먹, 젓가락을 사용한 작품이다. 각각 다르게 먹이 물든 한지의 모습은 살아 있는 붓의 움직임과 같다. ‘나를 긋는다’는 한지 위에 한 일자를 그으며 각자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민참여형 프로젝트다. 참여 관람객은 이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대면할 수 있다.

서정민은 한지로 만든 선(線)을 캔버스 위에 조형화해 노자의 무위(無爲) 철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한지를 동그랗게 말고, 자르고, 일정한 크기로 토막 내 선을 만드는 일련의 작업 과정은 작가에게 이치를 찾기 위한 자기 수련의 과정이기도 하다. 최근작인 ‘선’은 조금씩 선을 덜어내고 비우는 작업으로, 본인이 세운 선의 의미인 ‘무위의 철학’에 접근하고자 한다.

변길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이번 전시는 호남화단에서 비재현적 경향의 작품으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펼쳐온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작업에 몰두하며 실천적 차원에서의 수행과정을 거친 6명의 중진 작가 작품을 관람하면서 보이지 않는 풍경의 울림을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