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등하굣길 어린이 보호 강화 ‘헛구호’ 지난해 대비 어린이보호구역 불법 주정차 1만5천건 늘어 운전자 인식 제고 시급…“지도·단속 강화·시선유도봉 설치” 주성학 수습기자

2022년 12월 29일(목) 19:47

29일 오전 북구 오치동 서산초등학교 후문 어린이 보호구역 이면도로는 양쪽으로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즐비해 있다./주성학 수습기자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가 끊이질 않으면서 등하굣길 어린이 보호 강화가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어린이보호구역 불법주정차 차량에 3배 늘어난 과태료가 부과되고 있으나 광주에서는 오히려 과태료 부과건수가 1만건 이상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오전 9시께 광주 북구 오치동의 한 어린이집 주변.

이곳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설정돼 차량의 주정차가 금지돼 있지만 도로 양 옆은 각종 차량이 즐비했다.

특히 이곳은 내리막길 골목이 맞물려 있음에도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통로는 비좁았고 도보에는 사각지대가 형성됐다.

부모들은 불안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차들이 지나다니는 길로 등교를 하는 모습이었다.

인근의 서산초등학교 후문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 또한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로 인해 등굣길에 오른 어린이들은 삼삼오오 뭉쳐 걸어가다, 차가 다가올 땐 잠시 한쪽으로 흩어지며 학교로 걸어갔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구 서광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은 사거리에 설치된 ‘CCTV로 감시 중’이란 형광판이 무색할 정도였다.

주변의 다른 도로는 어린이보호구역임을 나타내는 글자가 지워져 보이지도 않았다.

어린이집 실장 황모씨는 “어린이 보호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주차금지 시간에 주차하는 차들이 있다”며 “기존의 넓었던 어린이 보호구역도 민원으로 인해 줄였고, 골목길이라 인도도 없는 상황에 시선유도봉을 설치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이마저도 들어주고 있지 않다”라고 걱정을 이야기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최모 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 정문은 그나마 차량을 볼 수 없는데 후문 같은 경우 주차된 차량이 즐비해 있다”며 “오죽하면 애들이 그런 상황에 익숙한지 자연스럽게 지나다니는 차량을 피해 집에 오는 것도 봤다”고 위험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같은 모습은 광주지역 내 어린이보호구역 내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실제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단속건은 2020년 2만7천604건에서 2021년 3만1천90건으로 3천여건 이상 늘었다. 도로교통법이 강화된 올해(1-11월)에는 4만6천256건의 불법 주정차가 적발됐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1만5천여건이 증가한 수치다.

관련 법안 강화에 맞춰 지자체의 단속은 강화됐지만, 이에 대한 운전자들의 인식을 제자리에 머물면서 도로교통법 시행 1년에 대한 체감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주차에 대한 단속 강화와 시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불법 주정차를 일삼는 일부 운전자들이 제기하는 주차공간 협소 문제는 공용주차장 조성 등 관련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에 시선유도봉을 설치해도 그 옆에 주차를 하는 사례도 많다”며 “우선 지도·단속을 지속하고 개선이 안될 경우 시선유도봉 추가 설치 등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주성학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