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정치 기상도]‘선거구 획정’ 광주·전남 지역정가 핫이슈 부상 尹대통령, ‘국정 지지율’ 올리기에 ‘올인’ 전망 민주 ‘사법 리스크’…이재명 리더십 향배 촉각 중·대선거구제 도입·신당 창당 여부 등도 관심 김진수 기자

2023년 01월 01일(일) 19:11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유준상 상임고문 등 당직자(사진 上)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각각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2023 신년인사회를 열고 떡케이크를 자르고 있다./연합뉴스

2023년 계묘년은 모처럼 전국 단위 큰 선거가 없는 해다. 그러나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총선 때문에 지역 정치권은 벌써부터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광주·전남 지역 정치권에서 올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을 정치 이슈는 무엇보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전남은 수도권과 달리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 하한선을 맞추지 못하는 지역구가 다수 등장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전남의 10개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여수갑·을 선거구의 통합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 지난해 8월말 기준 ‘여수갑’의 인구수는 12만7천254명으로 지난 21대 총선 인구 하한선인 13만9천명보다 적었다.

하지만 현재 10명인 전남의 국회의원 수가 줄어들 경우 그와 비례해 지역 위상이나 정치력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만큼 국회의원 수 10명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물밑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여수와 인구가 늘고 있는 순천을 하나로 묶어 예컨대 ‘여수·순천’ 갑·을·병으로 나눌 경우 국회의원 3석 유지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한 ‘영암·무안·신안’의 경우 영암을 떼어서 나주 등에 붙이고, 무안·신안은 목포와 합쳐 ‘목포·무안·신안’을 갑·을로 나누자는 의견도 있는데 이 같은 논의는 현재로서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 기준일인 올해 1월31일 각 선거구의 인구수가 어떻게 집계될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구 하한선 기준도 14만명 이상으로 올라갈는지, 아니면 13만8천명 이하로 내려갈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해 9월29일 여야 합의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할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 9명의 선정을 완료했다.

선거구획정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일 전 13개월(2023년 3월10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국회는 같은 법에 따라 선거일 전 1년(2023년 4월10일)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

이 같은 일정을 감안하면 오는 3월을 전후해 선거구 획정안을 놓고 여야 정치권은 물론 광주·전남 국회의원들끼리 피 말리는 ‘생존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여야, 사활 건 ‘진검승부’ 준비

차기 총선이 윤석열 정부 집권 2년차 말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가 사활을 건 진검 승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집권 첫해 각종 입법에서부터 연말 예산안 협상까지 여소야대 한계를 절감한 국민의힘은 11대 총선에서 승리해야만 정권 재창출의 교두보를 놓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2021년 재보선부터 올해 대선, 지방선거까지 3연패로 위기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의회 권력’까지 빼앗길 경우 존립 위기로까지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정치 초년생으로 일약 대권까지 거머쥔 윤석열 대통령의 지상과제는 ‘국정 지지율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로 압축된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차기 총선 승리는 물론, 여당의 구심점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과제’가 가장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최근의 지지율 상승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원칙 대응’이 중도층에 어필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윤 대통령의 3대 개혁 과제 추진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물론 광주·전남의 경우 민주당의 강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수도권처럼 여야 간 대결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이지만, 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한 입지자들의 경쟁은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미 광주·전남 각 지역에서는 누가 누구의 대항마로 준비 중이라는 등 벌써부터 지역 애경사에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밀고 있다는 등 선거와 관련한 소문이 무성하다.

또한 광주의 경우 무소속으로 남아있는 양향자 의원(광주 서을)과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의 향후 거취 문제도 지속적인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벽두 당권 레이스 ‘후끈’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본격적인 당권 경쟁 레이스가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올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승리를 거두고도 초유의 ‘이준석 내홍’에 휩싸였던 국민의힘이 집권 2년 차인 올해에는 비대위 체제를 벗어나 정상 궤도로 복귀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차기 당권 후보군으로는 권성동·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과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황교안 전 대표 등이 있다.

차기 당 대표 선출의 최대 화두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다. 당 대표 선출 규정이 최근 ‘당원 투표 100%’로 바뀌면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배제되고 ‘당심’(黨心)이 단 하나의 평가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당무에는 일절 간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믿는 당원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노동·교육·연금 등에서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한 집권 2년 차에 호흡을 맞출 당 대표가 절실하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에 선명한 ‘비윤’(비윤석열) 색채를 드러내는 유승민 전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 후보는 모두 ‘친윤’을 자임하거나 표방하고 있다.

2017년 대선에 출마했던 유 전 의원은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로 첫 손에 꼽히는가 하면, 여당 당원들 사이에서도 만만치 않은 지지세를 나타내고 있다.


◇민주, 李대표 ‘사법 리스크’ 최대 난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이 대표 리더십이 새해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외에도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등 각종 의혹을 잇달아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기지사 시절 천신만고 끝에 넘어섰던 사법 리스크가 재현되면서 이 대표로선 또 한 번 정치 인생이 걸린 장애물을 만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 일각에서는 무엇보다 이 대표 중심의 내부 결속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169석 거대 야당 지휘봉을 쥔 이 대표로선 검찰의 수사 압박과 별개로 산발적으로 분출하는 당내 파열음도 진화해야 하는 이중고에 놓였다.

지난 8·28 전당대회를 전후로 불거졌던 당내 사법 리스크 논란은 연말부터 일부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날로 격화하는 중이다. 일부에서는 ‘이재명 사퇴·비대위 전환’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이 대표는 최측근 인사들의 줄구속은 물론, 자신의 가족에 대한 수사까지 이뤄지자 최근에는 검찰을 직접 강하게 비판하면서 당내 결속을 다지기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검찰 기소 다음 단계로 지난한 법정 다툼이 이어질 것을 고려할 때 사법 리스크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 이 대표로서는 고민이다.


◇여야 극한 대치 속 부동층 어디로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등을 돌린 중도·부동층의 향배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주도권 싸움에서 밀린 세력이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등의 신당 창당 시나리오, 민주당 친문·반이재명계의 분당 시나리오 등이다.

지역 정치인들 중 상당수도 현재의 소선거구제 대신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같은 정치 개혁 이슈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당이 탄생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국민들이 매일 상대방을 물어뜯기에 바쁜 현재의 양당 체제에 신물이 났기 때문에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의 탄생은 필연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당 체제가 공고해진 여건 상 과거와 같은 ‘제3지대 돌풍’이 불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새로운 정당의 ‘얼굴’로 내놓을 수 있는 참신하고 역량있는 인물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여론조사를 보면 지금도 제3정당에 대한 수요는 있지만, 물적 토대의 훼손과 양당의 전술적 측면 등으로 인해 이 수요를 수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양당 진영 정치의 폐해가 심하다고 비판하면서도 등장하지는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과거 열린우리당이나 국민의당 창당 때처럼 22대 총선을 앞두고 신당이 출현해 광주·전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찻잔 속 태풍’인 것이 사실이다.

다만 중대선거구제 개편이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이 맞물린다면 지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