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묘년(癸卯年) 새해에 경제를 읽다 / 김일태 |
| 2023년 01월 02일(월) 1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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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는 작년 한 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었다.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19로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는 저금리의 상황에서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단행함으로써 풀린 돈이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과 물가를 급등시키는 형국이다. 또한 국가 간의 대봉쇄로 글로벌 공급망은 붕괴되고 미·중 경제전쟁으로 반도체 및 전기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무역장벽이 강화됐다.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300일이 넘어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의 폭등으로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 이런 경제현실에서 미국과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은 금리인상 카드로 대응했다. 미국의 금리는 파격적인 인상으로 작년 1월 0.25%에서 12월에 4.50%가 됐고 올해 2월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미국의 올해 GDP 성장률은 1% 내외로 전망되고 세계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와 물가상승)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 역시 어두운 편이다. 작년 한 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1%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였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1.6%로 1990년대 이래 가장 낮고 물가는 3.5% 상승 전망치를 내놓았다. 메모리 반도체의 매출 감소 등으로 수출 증가율도 전년 대비 4.5% 감소할 것이고 원자재와 부품 등의 수입단가는 상승해 교역조건은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1천100조원 넘을 것으로 보고 있어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 여력도 충분치 않다고 한다. 특히 민간부문의 부채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행(2022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은 3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약 1천870조원)와 기업부채(약 1천772조원)를 합해 민간부채가 대략 3천593조원으로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223.7%에 이르고 있으며 자영업자 대출이 약 1천14조원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고금리, 주택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의 급락은 자금시장의 경색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신용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물가 상승으로 금리도 인상될 것이며 실업률도 3.5%로 예상돼 고용시장의 일자리 증가 속도도 둔화되어 일자리 구직난으로 암울하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계층 간의 빈부와 소득격차, 기업과 업종 간의 임금격차, 학교와 학생들 간의 학력격차, 세대 간의 자산 및 가치관의 격차가 심각하게 존재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끝나지 않은 추락(Freefall)’에서 “금융부문이 가장 희소한 자원인 인간의 재능을 잘못 배분했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교육부문이 가장 희소한 자원인 인간의 재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시장실패나 정책실패는 경제주체인 소비자, 근로자와 기업가, 주택 보유자들, 심지어 경쟁적 정당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성공은 근로자에게는 성과급으로, 기업가에게는 보상의 인센티브로, 관료에게는 승진과 규제권한으로, 정당에게는 정권 획득으로 반영되지만 실패는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주어지지 않은 채 개개인의 차원에서 사법적 판단에 의존해 법률적 집행이 행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가 ‘문명의 대가(The Price of Civilization)’에서 언급한 “사회적 신뢰의 기초와 개인적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깨어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신뢰의 기초는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조직, 노동조합, 기업, 정부를 포함한) 공동체의 공유가치로 이를 토대로 개인의 노동과 여가, 소비와 저축의 선택,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기심과 이타심의 발현, 사회적 관계에서 개인주의와 시민정신의 구현이 삶의 균형일 것이다. 이런 신뢰와 균형은 시장과 국가의 균형적 역할 분담에 의해서 실현될 것이다.
이제 노동, 연금, 교육 개혁은 사회적 신뢰를 통해 형성된 개인과 공동체간의 공유가치를 가져야 성공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