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교육과정 ‘5·18’ 삭제…광주·전남 반발 확산 5·18기념재단·5월 3단체 “민주주의 발전 역행” 이정선·김대중 교육감 “민주 교육 후퇴” 비판 姜시장·金지사도 “원상 회복·즉각 시정” 촉구 지역 정치권 “5월 정신 훼손 시도 반드시 막아낼 것” 김재정·임채만·박선강·안재영 기자

2023년 01월 04일(수) 19:57

개정 교육과정 즉각 철회하라!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가 4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5·18민주화운동이 제외된 개정 교육과정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속보>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말 확정한 ‘2022 개정 전국 초·중·고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 용어를 통째로 삭제(본보 1월4일자 1면)한 가운데 광주·전남지역의 반발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5·18 관련 단체와 지역 정치권, 교육계 뿐만 아니라,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도 일제히 비판 성명을 발표하며 원상 회복과 시정, 사과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는 4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민주화운동의 2022 개정 교육과정 삭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을 거쳐 발전했는데 이번 국가 교육과정 어디에도 5·18민주화운동은 담기지 않았다”며 “교육부는 ‘교육 과정 대강화 차원’이라고 하지만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 용어는 그대로 둔 채 ‘5·18민주화운동’만 삭제한 것은 윤석열 정부 아래 교육부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성국 공로자회장도 “제도화된 체계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 민주주의 역사와 민주시민의 소양을 교육하는 주무 부서인 교육부의 교육과정 개정은 지금 여전히 살아있는 민주주의 역사를 삭제하는 것”이라며 “반민주적이고 반교육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은 “교육과정에 5·18민주화운동 내용을 복원시키고 5·18민주화운동 헌법전문 수록 약속을 조속히 이행하라”며 “이번 사태를 일으킨 교육부와 이를 방관한 정부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묻기 위해 광주시와 협력체계를 구축,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과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은 ‘민주교육 후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 교육감과 김 교육감은 각각 성명서를 통해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여부가 공론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민주화운동 교육 약화를 초래한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교육과정 성취 기준 해설에 5·18민주화운동을 명시해 줄 것을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에 강력 요청한다”고 한목소리로 즉각 시정을 촉구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역시 성명을 통해 원상 회복과 즉각 시정을 요구했다.

강기정 시장은 “5·18민주화운동 삭제는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로 역사는 지운다고 지워지는게 아니다. 역사는 사실 그 자체”라며 “5·18민주화운동을 삭제토록 한 책임자는 국민께 사과해야 하며, 관련 조항은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록 지사는 “200만 도민과 함께 강력 규탄하며 교육과정 의결에 대한 시정을 촉구한다”며 “5·18의 가치를 송두리째 부정하고 민주주의 정신을 명백하게 훼손하는 것이며 아픔이 아물지 않은 5·18 영령들과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시대착오적 처사”라고 성토했다.

정치권의 반발도 하루 종일 이어졌다.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주의 발전과 계승을 위해 개정 교육과정에서의 ‘5·18 민주화운동’ 삭제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송갑석·윤영덕·이병훈·이용빈·이형석·조오섭·민형배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우리의 아이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배울 권리가 있다”며 “교육과정에서의 ‘5·18민주화운동’ 삭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과 광주시민, 그리고 우리 국민을 모욕한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규탄한다”며 “오월정신 훼손 시도를 기필코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주시의원들도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교과서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삭제한다는 것은 세계지도에서 동해를 지우려는 ‘파렴치한 일본 정치인 따라하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만행”이라고 비난했다.

전남도의원들 역시 규탄 성명을 내고 “교육부가 의도적 삭제는 아니다는 말장난과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있지만 결국 삭제했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히 할 뿐”이라며 “그동안 윤 대통령의 약속은 허울 뿐인 말잔치에 불과했고 역사에서조차 삭제하고자 한 것으로 5·18이 윤석열 정권에 의해 토사구팽 당한 꼴”이라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김재정·임채만·박선강·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