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아이파크 붕괴’ 1년](상)회복되지 못한 상처 붕괴사고 건물·인근 상가 분위기 ‘대조’ 201동 안정화 작업 막바지…상흔 점차 회복 현장 인근 상가 방문객 ‘뚝’…폐업 잇따라 대책위 “상인들 외로운 투쟁 외면 말아달라” 안재영 기자

2023년 01월 04일(수) 19:57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가 오는 11일로 1주기를 맞는다. 사진은 4일 오후 붕괴사고가 발생했던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사진 上)와 한산한 상가의 모습. /김애리 기자

지난해 벽두 노동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오는 11일로 1주기를 맞는다. 사고 이후 멈췄던 현장의 시간은 전면 철거 후 재건축을 위한 절차를 밟으며 조금씩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책임자와 HDC 현대산업개발의 행정적 처분 절차는 현재 진행형이고 피해자들은 아직도 그날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현재 상황과 향후 전망, 과제 등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4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선 201동 안정화 작업이 막바지 상태였다.

붕괴 사고로 상흔을 입은 건물 기둥과 벽체 등 부재(部材) 대부분 해체됐고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잔해물도 제거됐다.

인부들도 건물 안과 밖을 오가며 상태를 점검하는 등 안정화 작업 막바지에 열과 성을 다했다. 그 덕에 현장의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갔다.

그러나 붕괴사고 현장 인근 상가들은 그렇지 못했다.

사고 전 손님들로 붐볐던 거리는 인적이 뚝 끊겨 정적만 맴돌았다.

문구·화훼 등 도매상가 안은 주인만 쓸쓸히 자리를 지켰고 전시된 상품들도 사람의 손길을 타지 못한 지 오래라 한기만 가득했다.

곳곳에 붙은 임대 문구도 황량함을 더했다. 사고 이후 급감한 매출과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 일부 상인들은 평생을 바쳐 일궈낸 삶의 터전을 떠났다.

피해 상인들이 ‘현실에 맞는 대책’을 줄곧 외쳤던 유스퀘어 터미널 쪽 입구 근처엔 여전히 HDC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그렇지만 1년이 다 되도록 피해 상인들의 투쟁에도 현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게 대책위의 입장이다.

이날 서구에 따르면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피해 보상 대상 상가는 총 87개소(금호 하이빌 42개소·일반상가 45개소)다. 이 중 52개소가 보상 협의를 마쳤다.

그러나 금호 하이빌 상가 가운데 3분의 2에 달하는 28개소는 현산과 첨예한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보상 전 정몽규 회장의 사죄 방문이 먼저라는 이유에서다.

김남필 광주화정아이파크 피해상인 대책위원회 대표는 “사고 이후 현산은 유가족과 입주예정자 등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직접 피해자인 우리들에겐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붕괴 사고 당시 콘크리트 파편과 낙하물에 얻어 맞으며 아수라장을 탈출한 우리들에게 사과 한 번 하라는 게 그렇게 힘든 요구냐”고 분개했다.

지자체가 펼친 ‘주변 상권 활성화’ 대책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행정기관이 방문해서 물품 몇 개를 구매하고 이를 독려한다고 한 들, 상인들의 현실은 무엇 하나 나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현실을 버티다 못해 ‘던져주기 식’의 보상금을 받고 나가는 상인들이 수두룩하고 남은 이들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항상 막막함을 토로한다”며 “우리의 삶은 붕괴 사고 당시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곳을 찾아왔던 정치인들이 남발한 약속은 결국 ‘공수표’에 그쳤고, 사고 이후 일상 회복까지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광주시와 서구청은 현산의 편에서 ‘보여주기 식’의 행동만 취하고 있다”며 “제발 우리의 현실을 보고 목소리를 들어달라.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 우리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