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아이파크 붕괴’ 1년](중)요원한 ‘안전사회’ “무너진 건설 공사 기초·시스템 다시 세워야” 후속 입법 대책 ‘우후죽순’…실제 변화는 ‘그닥’ 유가족 “행정·안전 공백 잇따른 참사 근절돼야” 예비입주자 “다시 지어질 건물 ‘안전’ 상징 되길” 안재영 기자

2023년 01월 09일(월) 19:49

붕괴사고 수습 활동 사진전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1주기를 맞아 서구청 1층 로비에서 ‘붕괴사고 수습 활동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김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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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학동 참사의 상흔이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우리 사회가 과연 안전한지 의구심을 줬다.

더욱이 화정아이파크 사고는 앞선 참사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드러나 지역민의 공분을 샀다.

수사 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 등 전문 감정 등을 토대로 ▲구조 진단 없이 설비(PIT)층 데크플레이트(요철 받침판) 공법 임의 변경 ▲최상층 아래 3개 층(PIT·38·37층) 동바리(지지대) 설치 없이 타설 강행에 따른 슬래브 설계 하중초과 ▲콘크리트 품질·양생 관리 부실 등을 붕괴 원인으로 지목했다.

원인들은 모두 건설 현장에서 지켜져야 할 기본임에도 불구, 그렇지 못해 근로자 6명이 숨졌다.

실종자 수습 단계부터 국회와 정부는 앞다투며 안전 사회를 위한 후속 입법 대책을 내놨다.

실제 국회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부터 지난 한 해 동안 5건 이상의 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대동소이(大同小異)한 개정안은 중대 건설사고 위험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을 규제하고 원청 시공사의 법·행정적 책임을 강화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한 법안들도 제시됐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초께 발의된 개정안에는 건설 공사 하도급을 위반할 경우 현행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는 과징금 처분도 가능한 불법 재하도급 관리 의무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을 ‘영업정지’만 가능토록 하자는 법안도 제안됐다.

그러나 대부분 법안이 의안 상정만 됐을 뿐 심의조차 열리지 않고 있는 상태라 ‘공수표’에 그쳤고, 안전 사회를 위한 제도적 기반과 법적 안전장치도 여전히 그 때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탓에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안정호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와 방음터널 화재 등 인명사고가 잇따르면서 악몽이 다시 떠올랐다”며 “참사 이후 그토록 ‘안전 사회’를 바랬건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한탄했다.

이어 안 대표는 “행정과 안전의 공백으로 인해 참사가 연이어 일어났고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다”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면철거 후 재시공 될 화정아이파크가 ‘안전 사회’의 상징이 되길 바라는 염원도 있다.

이승엽 입주예정자 대표는 “철거 후 재시공까지 일련의 과정이 누구도 경험해보지 않은 작업이라 걱정이 크다”면서도 “지난 참사를 거울삼아 관리·감독이 철저히 이뤄진다면 다시 지어질 건물은 안전의 상징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공사현장에서 또다시 인명피해가 발생하질 않길 바라는 게 모든 입주예정자의 바람”이라며 “늦어진 시간만큼, 가족과 함께 살 집이 튼튼하고 안전하게 지어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