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선거구제 도입 ‘반대’·‘유보’ 의견 많아 지역 국회의원들 백가쟁명식 주장, 의견일치 난망 김진수 기자 |
| 2023년 01월 10일(화) 19:50 |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관련해 찬성보다 반대나 유보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광주매일신문의 조사에 응답한 17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찬성한다’는 입장은 4명으로 23.5%였던 반면, ‘반대한다’는 41.2%, ‘판단 유보·기타’는 35.3%로 집계됐다.
특히 지역 국회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 문제와 관련해 대부분 실현 가능성 및 장단점 등에 대해 각자 백가쟁명식 주장을 펴고 있어 의견 일치를 보기가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찬성 의견을 밝힌 국회의원은 이병훈·윤영덕·주철현·조오섭 의원 등이다.
이병훈 의원은 “국민의 정치개혁 염원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며 “손익 계산이나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표 방지, 승자독식 폐단을 줄일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 방안으로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덕 의원은 찬성 이유로 “사회 변화와 통합은 다원화된 정치세력의 등장을 통해야 실현 가능하고 정치 기득권의 혁신을 위해서라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철현 의원과 조오섭 의원은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인구 비율로만 치르는 선거제도가 아닌 지역 대표성을 보완할 수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주철현) ▲국민의 의견 수렴을 위한 당의 절차와 토론을 거쳐 당론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조오섭)이라는 등의 조건을 달았다.
이와 달리 이개호·김승남·김원이·윤재갑·이형석·이용빈·민형배 의원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개호 의원은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지방이나 농어촌의 경우 중대선거구는 지나치게 선거구가 넓어져 선거구 자체가 형해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선거구 제도는 시간을 두고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김승남 의원은 “농어촌 지역구의 경우 소선거구제가 적합하다”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면 도시는 중선거구, 농촌은 소선거구로 해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것이 차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해 비례대표 의석을 좀 더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지역구 진입 장벽이 워낙 높기에 정치신인들이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의원이 될 기회를 확대해야 하며 국회의원 선거제도 뿐만 아니라 권력구조 개편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형석 의원은 “중대선거구제 실시로 하나의 선거구에 당선인이 많아지면 일부 당선인의 경우 매우 낮은 득표율로 당선돼 대표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한 정당의 복수 공천으로 동일 정당 후보자간 경쟁이 과열돼 파벌정치, 계파정치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형배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는 정당 지지율과 의석 수가 일치하지 않고 비례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신인 진출이 어렵고 다당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곧 이를 바로잡는 법안도 발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원이 의원은 “기본적으로 중대선거구제는 의원내각제에 맞는 것인데 대통령제에도 맞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며 “정치 고비용을 초래함으로써 신인의 등장이 어렵고 과당 경쟁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서삼석·신정훈·송갑석·소병철·김회재·서동용 의원 등은 답변 유보 또는 기타 의견을 내놓았다.
중대선거구제 개편과 관련,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는 의견을 밝힌 서삼석 의원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농어촌 지역의 눈높이에 맞는 선거구 개편을 해야 한다”며 “현재 가장 심각한 정치 양극화를 고려하지 않는 선거구제 개편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는 승자독식의 정치 구도를 타파하고 다양화되는 국민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해 볼 수 있다”며 “다만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서 인구 구성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경우 농어촌 지역은 통폐합 과정에서 지리·환경·정서적으로 이질적인 지역이 하나의 선거구가 형성돼 지역 대표성이 축소되거나 지역 소멸이 가속화 될 수 있다”고 ‘유보’ 입장을 보였다.
송갑석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는 매우 여러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으며 그 안에서의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난다”며 “중대선거구제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놓고 그렇다, 아니다 라고 잘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선거구별 2-3인을 뽑는 중선거구제는 양당 독점 구도를 강화시키는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고 호남에서도 민주당 1당 독점구도를 깨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구별로 4-5인 이상을 뽑는 대선거구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동용 의원은 “정치개혁 과제의 하나로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할 필요는 있다”며 “다만 선거구제 개편을 단순하게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로 양립해 어떤 선거제도가 더 개혁적인가를 평가하는 것은 올바른 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통해 대한민국이 봉착한 과제를 풀어내기 위한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회재 의원도 “중대선거구제는 제3, 4당에서도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득권 정치인들에게는 유리하고, 정치신인은 진입이 어려운 구조”라며 “고착화된 양당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정치 혁신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는 있어왔지만 국민이 볼 때 변화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현재 좋다, 나쁘다 쉽게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공론화를 통한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단계가 꼭 필요하다”며 “결국 정치 혁신의 방향성은 국민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