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과 5·18 민주화 운동 / 김일석

2023년 01월 11일(수) 19:18

김일석 광주서석고 교장

교육부는 지난해 12월21일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역사 관련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 운동’ 용어가 명시되지 않아 큰 논란이 일고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의 가치와 교육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미래사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큰 목표이다. 따라서 미래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학습자의 주도성, 창의력 등 역량을 체계화하고 지역, 학교의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 학생 맞춤형 교육,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반의 교실 수업 개선 등을 주요 방향으로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미래 변화를 능동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역량을 함양하는 방향 제시는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가 새로운 트랜드의 인재로 떠오르는 시대에 낡은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봐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데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민주화의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는 ‘5·18 민주화 운동’이란 용어가 빠져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은 2015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부터 성취 기준에 4·19혁명, 6월 민주항쟁과 함께 들어갔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삭제 됐다. 2022 개정 중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은 성취기준에서 ‘민주주의 발전 과정은 국내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라고만 기술하고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에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만 명시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역시 성취기준 해설에 ‘4·19 혁명에서 6월 민주항쟁에 이르는 과정을 독재 정치에 대응한 국민적 저항과 관련된 민주주의 시련과 발전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였다’고만 하고 ‘5·18 민주화 운동’을 제외했다. 초·중·고 사회,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통합사회, 한국사, 동아시아사 등 역사 관련 교육과정 어디에도 ‘5·18 민주화 운동’ 용어가 명시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큰 논란이 되자, 교육부는 “대강화 원칙에 따라 역사적 사실 기술을 간소화 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교사들에게 자율성을 주기 위해 역사적 사건을 일일이 적시하는 대신 주제 중심으로 대략적인 방향만 제시하는 기조로 바꿨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5·18 민주화 운동’이 성취기준 적용 때의 고려사항에도 빠져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은 2004년 7차 교육과정에 처음 포함된 이후 계속 명시된 바 있다. 사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1980년의 5·18 민주화 운동이 그 원동력이다. 6월 민주항쟁은 5·18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그 영향력 또한 5·18 민주화 운동이 가장 강력하다 할 것이다. 지금 5·18 민주화 운동의 의의에 대해 논하는 것은 철 지난 느낌이어서 진부하기까지 하다. 의미 규정은 이미 이뤄졌으며, 혹시 부정적인 의도로 재론하려 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적 망상이요, 큰 잘못이다. 1997년 5월 정부는 ‘각종 기념일에 관한 규정’에 법정 기념일로 지정한 바 있고, 매년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에는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기념식이 거행되고 있다. 이제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을 통해 확립된 민주주의는 우리가 계승·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 됐다.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 운동이 빠진다면 ‘민주화 운동의 가치 계승’ 교육이 약화 될 우려가 크다. 마땅히 바로잡아 교과서에 기술하고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역사 교육을 강화할 일이다.

2022 역사 교육과정은 단원의 불균형도 문제다. 원래 중 3학년과 고 1학년에 걸쳐 연계해 배우도록 중학교 역사는 전근대사 중심, 고등학교 한국사는 근현대사 중심으로 개발됐다. 그런데 교육부가 국가교육위원회에 상정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안에 따르면 고등학교 한국사에서 고대, 고려, 조선 등 총 3개 성취기준을 추가해 전근대사 성취기준을 6개에서 9개로 늘렸다. 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개발 방향으로 강조한 ‘내용 적정화와 중복 해소’의 방향과도 배치된다. 또한 고등학교 한국사는 근현대사 중심이라는 방향성에도 맞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

교육과정은 미래의 학교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그 시대와 사회가 지향하는 교육적 가치를 반영한 내용이 선정된다. 또한, 학생들이 공부할 교과서 편찬의 근거가 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주로 국가의 잘못된 과거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쓰인다. 잘못된 과거를 잊으면 잘못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논란이 진영 논리에 매인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