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대 칼럼]정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 |
| 2023년 01월 12일(목) 18: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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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가 양극화 현상을 보이는 것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풍경에 대해서도 의견은 둘로 나뉘기 십상이다. 누군가는 우리 정치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동맥경화 현상이라고 본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각 분야의 민원인들이 직접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기 위해 국회 앞으로 모여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는 오히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자신의 입장을 어디서나 자유롭게 표출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 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거친 이후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떤 평론가는 ‘전쟁과 같은 정치’가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다. 이 같은 갈등의 표출은 집권세력이 교체되면서 정치 환경이 변화된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주도 세력의 교체에 따라 이전 정권에서와 사뭇 결이 다른 정치적 풍경이 주는 일시적인 당혹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내재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원칙과 상식을 위배하는 지도자들의 결단 부족이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자원의 배분을 둘러싼 갈등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정치는 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갈등을 더욱 증폭시켜 적당한 때에 맞춰 터뜨리는 것을 정치의 모습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정치인의 모습은 이런 작은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이다. 이에 반해 큰 정치는 국민적 통합의 관점에서 갈등을 관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날 이런 큰 정치를 보는 것은 드문 일이 되어 버렸다.
시대는 바뀌어 이제는 진정으로 보통 사람의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엄혹한 권위주의 독재체제에서 시련을 딛고 일어난 투사형의 정치인들이 정국을 노련하게 이끌어 가는 큰 정치의 시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일상적인 삶의 과정을 살아온 정치인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정치에 입문하여 평범한 정치를 펼치는 작은 정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오해할 일은 아니다. 거목들의 큰 정치라고 해서 반드시 높이고 보통사람의 작은 정치라 해서 반드시 낮출 일은 아닌 것이다. 단지 시대적 환경이 다르고, 소명이 다를 뿐이다. 권위주의 체제의 시련과 굴곡의 삶보다는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의 평범하고 평안한 일상이 훨씬 소망스러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오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축적된 정치적 관행과 상식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풀어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의 제대로 된 기능이다. 사회적으로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거나,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당한 국민들을 위로하고 다독여 주는 것은 정치 이념을 떠나 정치가 베풀 수 있는 최소한의 효능이다.
우리는 지금 국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전 인류가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을 겪었고, 지금도 이 상황은 종결된 것이 아니다. 팬데믹 상황의 후폭풍이라고 할 수 있는 급속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고환율로 각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충격파는 아직 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2023년이 세계 각국이 큰 어려움을 겪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커다란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는 예보인 셈이다.
폭퐁우가 다가올수록 배는 선장의 리더십에 의존하게 된다. 키를 쥐고 있는 선장이 어떤 방향으로 배를 끌고 가느냐에 따라 배가 균형을 잃지 않고 원하는 목적지로 향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배가 다가오는 폭풍우 속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아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2023년 새해를 맞아 키를 쥐고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 정치적 원칙과 상식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감으로써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치적 수완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