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연재 ‘우리땅…’ 필진 김경수 박사 ‘광주지리탐구 1편’ 출간 “최초·최신 찾아 점 찍으며 ‘광주’ 정체성 찾아갈 것” 광주 지역 최초 ‘아파트’ 찾기 시작으로 45편 이야기 담아 상수도·은행·학교 등 일상 속 밀접한 우리네 시대상 다뤄 생태·습지 등 ‘환경’ 강조…사진 등 데이터 축적 필요성도 최명진 기자

2023년 01월 16일(월) 19:12

"우리가 매일같이 접하고 속해있는 일상의 현재 모습과 그 뿌리를 살펴보는 일은 중요합니다. 내 고향 광주의 정체성을 알아볼 수 있는 작업들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출발해 처음을 찾아가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향토지리학자 김경수 박사의 ‘광주땅 최초 이야기’가 책으로 발간됐다.

김 박사가 2021년 4월부터 본보에 연재한 글 40여 편이 담겨있는 ‘김경수 광주지리탐구 1편 광주 최초·최신을 찾아서’다.

광주 최초의 아파트부터 기상·기후에 이르기까지 김 박사가 약 1년간 기고한 글 45편이 엮여있다.

“초판이라는 게 완벽하지 못해 부끄러우면서도 그런 점에서 더 귀중한 것 같아요. ‘최초’라는 특별함이요.”

특히, 이 책은 김 박사가 손수 편집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지닌다. 한글 프로그램 출판 기능을 사용해 사진 배치부터 꼬리말 달기까지 김 박사가 하나하나 공을 들여 완성한 책이다.

“급하게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 편집 기능을 배웠어요. 바쁜 와중에도 하루 10분이라도 영상을 보고, 한 시간씩은 무작정 따라 만들었죠. 아쉬운 부분도 많고 조악한 솜씨지만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광주 시민 8할의 보금자리인 아파트 뿐만 아니라 출퇴근길 매일같이 드나드는 입체고가와 순환도로, 상수도와 은행, 시장, 학교 등 김 박사는 일상 속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광주의 ‘최초’와 ‘현재’를 찾아 나섰다.

“광주에 대한 자료가 하나둘 쌓여가면서 그만큼 부담과 책임감 또한 느낍니다. 원조 시리즈를 찾아보면 항상 서울 위주고 우리 지역 이야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잖아요. ‘광주 최초’ 이야기가 어느덧 70편을 넘기다보니 이제는 검색해보면 인터넷 상에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우리 지역 이야기를 다루는 게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더 꼼꼼히 살펴야겠다는 막중함도 생깁니다.”

45편으로 마무리 지은 1부 이후로도 김 박사의 ‘광주 최초’ 이야기는 이어졌다.

46편 비행장을 비롯해 저수지와 보·하수도·쓰레기장·축산기관·농산기관과 대지주·분수대·호텔·학군단·백화점·방앗간·술공장·습지보호구역·서점·광주시가지연재물·프로야구·예식장·여행업체·사진(업)·연탄공장·석유회사 및 주유소·가스·토건업·약국·노래연습장·화류계·인쇄·출판·스케이트와 스키·컴퓨터 PC방·다방과 카페까지. 이밖에도 일상 속 광주 ‘최초’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광천동성당 들불야학 터에서 본 광천시민아파트와 호반 써밋(1편 아파트·향토지리연구소 2021)

1989년 공사중인 백운광장고가도로와 2021년 철거 중 모습(2편 입체 고가도로·광주매일신문 DB)

충장로 3가 한국은행 건물에 1968년 창립된 광주은행(4편 은행·사이버광주은행)

1952년 학동 전남대병원 전경(10편 병·의원·전남대학교병원 100년사 2011)

1920년대 광주우체국

1990년대 광주우체국(25편 우편통신·광주역사민속박물관, 광주전남우정백년사 1997)

“아직도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찍은 시점이나 출처 등 확인도 다시 한 번 거쳐야 하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제 연재해왔던 것 이외로 우리 일상에 가까운 걸 다시 한 번 잘 살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물 절약이 절실한 때 저수지나 상수도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고, 더운 여름날엔 ‘수영장’을, 눈이 펑펑 내린 얼마 전에는 ‘스케이트장과 스키’에 대해 연재하는 등 나름의 순서와 의미를 갖춰 연재물을 실었죠.”

아울러 김 박사는 최근 작성한 ‘다방과 카페’도 일상 속 가장 중요한 문화로 자리잡은 이상 더 이상 연재를 미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시대 카페가 얼마나 중요해요. 우리 사회가 이제는 가정을 방문하기보다는 카페에서 만나는 분위기잖아요. 옛날에도 다방서 만나는 게 편하다고들 했는데, 요즘엔 대부분 사람들이 식사 후에 커피 마시는 게 기본이 돼 있는 거 아니겠어요. 카페 방문을 잘 하지 않는 터라 간과한 부분이었죠. 광주 최초 이야기 100편 중엔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어요. 일상 속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됐으니까요.”

최종회까지 약 20여편의 원고를 남겨두고 있는 김 박사는 그동안의 연재물 모두가 ‘운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보안상 엄격해서 다룰 수 없었던 장소가 아쉽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게 감사하죠. 어떤 일이든 너무 쉽게 하면 전문가가 따로 필요하겠나요. 발품을 팔고 또 노력한 만큼 얻어지는 결과니까요. 결국엔 내 스스로 즐거워 하는 일이라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재미를 붙여가며 쓴 글이라 더 애정이 갑니다.”

향토지리학자인 그는 무엇보다 지역의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을 제언했다.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건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태나 습지는 요즘처럼 지구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들이죠. 기후위기와 생태계 변화, 물 부족 등 환경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시대 자연과 생태 등 환경에 대한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아울러 김 박사는 정보화 시대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리 일상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어요. 정보화 사회에서 정보 공유는 필수적인 일이 됐는데, 아직까지도 별다른 이유 없이 제한하는 경우가 많은 게 참 아쉬워요. 정보가 더욱 건전하게 쓰일 수 있도록 공유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광주 최초 이야기도 이러한 기록의 일환입니다. 훗날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과거와 현재를 정리해 놓는 거죠. 옛날 기록에만 한정하지 않고 최근 자료 또한 잘 기록하고 보관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진은 말할 것도 없죠. 원고를 쓸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게 삽화예요. 글보다 더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는 매체니까요.”

김 박사의 광주 ‘최초’를 찾아가는 여정은 계속될 예정이다.

“70여 편을 연재하는 동안 일상 속에서 정말 친숙하고 필수적인 주제에 대해 순서대로 작성해왔는데, 남은 것들을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갈 것인지 걱정이 조금 되기도 합니다. 어찌 됐든 원칙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것을 우선해서 다룬다는 겁니다. 2부 들어선 사람 이름의 빈도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지역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 등 ‘광주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 앞으로 꾸준히 나올 예정입니다. 매주 한 편씩 꼬박꼬박 쉬지 않고 달려오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살아가는 일상이지만,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현재를 놓치지 않고 기록으로 차곡차곡 쌓아 놓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광주의 최초와 최신의 점을 찍어나가려 합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