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단체 현충원 계엄군 묘역 참배 화해의 5·18

2023년 01월 18일(수) 19:45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가 (사)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와 함께 5·18민주화운동 당시 진압작전에 투입된 사망자들이 안치된 국립서울현충원을 둘러보며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군부의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총칼을 휘둘러야 했던 계엄군 역시 같은 피해자라는 인식으로 화해의 장이 마련됐다.

5·18 관계자들이 가해자인 계엄군 묘역을 참배한 것은 43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진압에 앞장섰던 이들을 적대시해왔다. 황일봉 부상자회장은 “5·18민주화운동으로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이 나서서 무슨 죄가 있겠냐. 용서하고 싶다는 뜻을 비치셨다”며 “희생된 계엄군과 경찰들 또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소중한 자녀였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잇따른 양심고백도 계기가 됐다. 지난해 5월 3공수와 11공수여단 등 소속으로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유족과 피해자들을 만나 사죄했다. 또 정부 진상조사위원회 증언을 통해 저격수 동원이나, 암(가)매장 지시·목격·이행 등 숨겨진 진실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특전사 동지회 관계자들이 5·18 단체 사무실을 공식 방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특전사회는 2월 초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화답할 계획이고 지속적인 화합과 연대의 뜻이 담긴 공동성명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가해자들도 40년 넘게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 사례가 알려지고 있다. 군사정권의 명백한 피해자인 것으로 국민 통합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5·18에 참여한 시민을 ‘광주에서 활동한 북한특수군’이라는 뜻의 ‘광수’라고 지칭하며 비방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돼 수감된 보수 논객 지만원씨에 대한 처벌도 이뤄졌다. 그러나 “북한군 개입을 믿을 수밖에 없는 증거 42개를 제출했는데, 무시했다”는 지씨의 황당 입장문에 분노할 수 밖에 없다. 발포명령 등 책임자·수뇌부에 대한 진상규명과 단죄가 계속돼야 하는 것이다.

아픔을 풀어내고 치유하는 자리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5·18민주묘지 교차 참배의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