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보다는 고향으로…설 “포근한 情 나누세요” 설 연휴 2천만명 대이동…코로나 완화 유동인구 증가 경기 침체 ‘주머니 사정’ 좋지 않아 무거운 귀성 발걸음 안재영 기자

2023년 01월 19일(목) 21:23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이틀 앞둔 19일 오전 광주 북구청 직장어린이집에서 ‘설 맞이 전통문화체험’ 행사가 열렸다. 이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웃어른들께 세배 하는법을 배우고 있다. /김애리 기자

‘가족·친지와 고향의 포근한 정(情)을 나누며 코로나19 스트레스 날려 보내세요’

설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올해 설 명절 풍경은 코로나19 창궐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됐던 2021년, 2022년 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 추석에 이어, 대폭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되는 첫 번째 설이기 때문이다.

특히 실내 마스크 조정 여부와 범위, 시기 등이 20일 결정될 것으로 보여 지난 3년 간 우리 사회를 옥죄었던 지긋지긋한 코로나19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지 관심을 모은다.


◇거리두기 없는 첫 설…20일 실내마스크 조정 결정

코로나19 감소세가 뚜렷하고 거리두기 제한 없는 첫 설 명절을 맞아 ‘집콕’ 보다는 고향 또는 휴양지 방문을 위한 대규모 이동이 예상된다.

연휴 기간 유동인구가 코로나19 재유행을 촉발할 또 다른 변수로 예측되고 있지만, 동시에 코로나 엔데믹(풍토병 전환)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에 맞춰 방역당국은 설 연휴기간 실내 마스크 해제를 놓고 고심 중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안정화에 맞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의료기관·약국, 요양병원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한 공간에서는 권고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구체적인 범위와 시행 시점은 20일 열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거리두기 없는 첫 설인 만큼 지난 3년간 고향 방문을 망설였던 귀성객들은 올해는 귀향 대열에 대거 합류할 전망이다.

하지만 귀성객들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경기 침체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아서다. 올해는 경제 불황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올해 국내 경제는 지난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파급 효과로 인한 성장 둔화, 신용 위험, 구조 변화 발(發) 불확실성까지 3고(苦)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국내 인구 절반 ‘집 밖으로’…졸음운전 ‘주의’

한국교통연구원은 이번 설 연휴 기간 2천648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설보다 22.7% 증가한 수치로, 국내 인구 전체 절반 이상이 집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루 평균 530만명이며 이 중 91.7%가 승용차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도로공사는 설 연휴 고속도로 교통량을 전년 대비 23.9% 증가한 519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이동 인원과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귀성·귀경길 소요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장시간 운전 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로 인한 졸음운전, 2차 사고 우려도 크다.

실제 최근 5년(2018-2022년)간 설·추석 연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13명 중 졸음·전방 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망자는 6명에 달했다.

후속 차량 운전자의 졸음·주시 태만으로 전방에 정차된 차량 추돌 사고 위험 또한 평상시보다 1.5배 정도 높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는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차량 내부 온도를 22-23도로 맞추고 30분에 한 번씩 창문을 열어 환기시킬 것을 강조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졸음운전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피로를 느끼면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며 “이번 설은 지난 추석에 비해 많은 차량이 고속도로를 운행할 것으로 예상돼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설 연휴를 위해 휴게소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명절 스트레스 ‘적신호’…가족·친지 배려 중요

모두가 즐거워야 할 명절이 누구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성인 남녀 10명 중 4명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인 1위는 ‘비용 지출’ 때문이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이번 설 명절의 부담감과 준비계획’을 알아보기 위해 성인 남녀 8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40.5%가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매우 높다 15.4% ▲약간 높다 25.1% ▲보통 35.0% ▲약간 낮다 16.9% ▲매우 낮다 7.6% 등이다.

스트레스 이유로 명절 비용 지출(21.8%)이 1위를 차지했으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적어지는 개인 자유시간(17.3%), 가족 간 의견 다툼(15.2%), 잔소리(12.2%) 등이 뒤를 이었다.

비용 지출의 경우 ▲매우 부담 12.8% ▲약간 부담 34.2% ▲보통 32.7% ▲대체로 부담 안됨 14.0% ▲전혀 부담 안됨 6.3% 등 응답자의 약 절반(47.0%) 가량이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코로나19와 경기 불황 등 악조건이 겹치면서 비용 지출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명절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선 가족 간의 배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정민 전남대학교 사회대학장은 “걱정에서 비롯된 충고와 조언이 과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은 또 다른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며 “코로나19 장기화와 경제 침체 등으로 불확실성이 큰 현 시대에 필요한 것은 불안감을 감싸주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주 학장은 “예로부터 내려온 명절 의식이나 문화는 모두 가족 간의 정을 쌓는 시간이었다”며 “그 취지가 훼손되지 않기 위해선 뭐든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