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민속 관점에서 본 광주관광 / 박준수
2023년 01월 24일(화) 18:00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광주가 1995년 아시아국가 최초로 비엔날레 창설을 계기로 ‘문화로 밥 먹고 사는 문화관광도시’를 표방한 지 근 30년이다. 그리고 문화도시 광주의 또 하나의 상징이자 허브인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한 지도 8년째를 맞았다. 여기에다 3년 전 도시마케팅 전담기구인 광주관광재단까지 출범, 외형상 광주는 여느 도시 못지 않는 인프라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근대산업유산인 일신·전남방직 공장 부지 개발에 대한 밑그림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숙원이었던 복합쇼핑몰 유치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민선 8기 지방선거를 계기로 한때 반짝 회자되었던 무등산에 케이블카 혹은 수소트램 설치 문제는 이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앞서 언급한 이들 사업은 문화산업 육성 측면에서 정치권과 지자체의 주도로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어 토대가 만들어진 결과물들이다.

- 문화적 맥락 해석과 구현이 중요 -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와 지자체들은 문화를 산업의 관점에서 접근, 산업화시대의 거대 장치산업처럼 잉여를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문화향유를 위해서는 기반시설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 보다 중요한 것은 대규모 공간과 시설 보다도 문화적 맥락의 해석과 구현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본질은 공동체의 생활 속에서 자연적 혹은 상호작용으로 발아된 관습에서 잉태된 의식과 행동양식 혹은 물질이거나 구조물이다. 거기에 고유한 가치가 살아 숨쉬고 있고 문화적 매력이 있는 것이다.

필자는 임동 일신·전남방직 공장 부지 옆을 지날 때마다 1970년대의 풍경을 떠올려본다. 당시 광주에서 가장 큰 공장이었던 일신·전남방직은 시골에서 올라온 10-20대 여성들이 청춘을 보낸 노동현장이었다. 또한 광주천 건너편 발산마을은 이들 젊은 여공들이 벌집같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도 꿈을 키우던 보금자리였다. 출퇴근 때 하늘색 작업복을 입고 ‘뽕뽕다리’를 오가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현재 방직공장 옆 광주천에는 ‘뽕뽕다리’를 재현한 인도교 가설공사가 한창이다. 교각과 골조가 완성된 가운데 상판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다.

‘뽕뽕다리’는 생산현장인 방직공장과 다른 생생한 삶의 스토리가 채색돼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산업유산의 범위를 임동 방직공장 부지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공간적 범위를 확대해서 맥락을 찾고 그에 걸맞게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발산마을 일부가 도시재생사업으로 보존되어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마을 뒤로 발산공원이 등을 맞대고 있어 방직공장과 연계해 관광벨트화할 경우 광주만의 독보적인 문화공간을 연출해낼 수 있다. 상상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대목이다.

‘뽕뽕다리’는 발산마을 외에도 동구 학동과 광산구 평동에도 존재했었다. 학동은 흔적조차 없지만 평동은 그 자리에 시멘트 교각 평동교가 세워져 지금껏 차량통행이 이뤄지고 있다. 장차 평동에도 ‘뽕뽕다리’를 재현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 생활 속 ‘골목 문화권’ 조성하자 -
광주에는 도시공간 속에서 지속적으로 전승되고 있는 전통적인 생활양식이 아직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양동시장이나 비아시장 같은 전통시장을 꼽을 수 있지만 이외에도 대장간, 솜틀집, 국수집 등이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도시 문명의 뒷골목을 차지하고 있다.

광산구에는 헌솜을 솜틀기계에 돌려서 부풀려 새 솜처럼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주는 솜틀집이 몇 군데 남아 있다. 50년이 넘은 독일제 솜틀기계를 돌려 예전 방식대로 솜의 물성을 되살려준다. 솜에는 가족들의 따스한 기억을 품고 있다.

이처럼 옛 것에 대한 관심과 재현 노력은 그 대상물들이 간직하고 있는 시대상과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관광객들을 골목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러한 자원들을 도시 민속의 관점에서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도시라는 공간이 가지는 변화양상과 맞물려 새로운 문화 재생산, 전통의 재인식, 문화적인 형태와 구성요소에 대한 방법론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나아가, 주민 스스로가 문화 생산의 주체가 되어 협업과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시도가 필요하다. 장차는 이를 도시축제로 확대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문화산업으로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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